교통사고 이후 1년 만인 2022년 마스터스에 복귀한 타이거 우즈와 캐디 조 라카바./로이터 연합뉴스

2011년부터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49) 곁을 지켰던 캐디 조 러캐바(LaCava·59·미국). 러캐바가 5일부터 열리는 PGA 웰스 파고 챔피언십부터 세계 랭킹 4위 패트릭 캔틀레이(미국·31)의 백을 멘다고 3일 미국 미디어들이 일제히 전했다.

러캐바는 미프로골프(PGA)투어에서 손꼽히는 ‘의리남’으로 통한다. 우즈가 부상으로 거의 경기에 나서지 못했던 2015년부터 3년간, 그리고 우즈가 2년 전 목숨을 잃을 뻔한 차량 전복 사고를 내고 재기가 불투명하던 시절에도 우즈 곁을 지켰다. 함께 일하자는 PGA투어 다른 선수들 제의를 뿌리쳤다. 그는 “내가 있을 곳은 우즈의 곁이고, 우즈가 다시 정상에 서는 순간 내가 함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 말은 현실이 됐다. 2019년 마스터스 골프 대회에서 우즈가 극적으로 재기하면서 우승했을 때 그 옆에 러캐바가 있었다. 우즈가 그린 재킷을 입고 흐느낄 때 러캐바도 눈물을 흘렸다. 그해 일본에서 열린 조조챔피언십에서 우즈가 PGA투어 통산 최다 타이기록인 82승째를 거두던 순간도 역시 러캐바가 우즈 곁을 지켰다. 러캐바는 우즈의 마스터스 우승 직후 캐디 모임에서 “사람들에게 타이거의 경기를 옆에서 보고 그 현장에 있다는 게 얼마나 엄청난 일인가를 말하고 싶다”고 말했다. 우즈는 한 인터뷰에서 “조는 다른 선수들 백을 멜 수 있었는데 나를 택했고, 내가 부상으로 경기가 없을 때도 기다려줬다. 그는 위대하면서 충직하고 고마운 사람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두 사람 '영광의 시대' - 스캔들과 부상 등으로 한동안 부진했던 타이거 우즈(왼쪽)가 2019년 마스터스 골프 대회에서 극적인 재기 드라마를 쓰며 우승한 뒤 캐디 조 러캐바와 함께 기뻐하는 모습. 2011년부터 함께한 둘은 12년 만에 작별하게 됐다. /게티이미지코리아

이런 ‘영혼의 파트너’ 같던 둘에게 작별의 순간이 찾아왔다. 지난 4월 마스터스 3라운드 도중 기권했던 우즈가 최근 발목 수술을 받아 올해 대회 출전이 어려워지면서 나온 변화로 보인다. 우즈와 절친인 저스틴 토머스(미국)는 “러캐바는 절대로 먼저 우즈 곁을 떠날 사람이 아니다”라면서 “아마 우즈가 승낙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우즈 지인들은 러캐바가 안타까운 심정으로 우즈 곁을 떠났다고 전했다. 우즈의 에이전트 마크 스타인버그는 “둘은 형제 같은 사이”라면서 “조가 우즈에게 전화를 걸어 동의를 구했다”고 전했다. 캐디 일을 계속 하고 싶은 러캐바가 우즈에게 전화를 걸어 캔틀레이 제안을 알리자 우즈는 “당연히 그 기회를 잡아야 한다. 가서 또 우승하고 멋진 시간을 보내라”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캐바는 2011년부터 우즈의 캐디로 일하며 2019년 마스터스 우승을 포함해 12승을 합작했다. 러캐바는 1999년부터 2011년까지 우즈와 함께했던 캐디 스티브 윌리엄스(뉴질랜드)에 이어 가장 오래 우즈와 호흡을 맞춘 캐디다. 우즈가 성추문 스캔들 이후 불편하게 느끼던 윌리엄스와 헤어지자, 우즈의 멘토였던 커플스가 자신의 캐디를 지냈던 러캐바를 추천하면서 인연이 시작됐다.

러캐바는 2019년 캐디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다. 19세 때인 1983년 사촌인 켄 그린의 백을 메며 처음 캐디로 일하기 시작해 프레드 커플스(미국)와 20년 이상 호흡을 맞추며 1992년 마스터스 우승을 포함해 12승을 올렸다. 그리고 데이비스 러브 3세와 저스틴 레너드, 더스틴 존슨(이상 미국)과 함께했다.

캔틀레이는 자신의 캐디가 코로나에 걸렸던 2021년 페덱스컵 첫 경기에서 러캐바와 잠시 함께한 적이 있는데 페덱스컵 챔피언에 올랐다. 캔틀레이는 PGA투어에서 8승을 거뒀지만 아직 메이저 대회 우승 경험이 없다. 또 한 번 도약을 노리면서 노련하고 충직한 러캐바에게 도움을 청한 셈이다. 러캐바는 2년 전 우즈가 교통사고를 당했을 때 다시 커플스 캐디로 PGA 챔피언스 투어에 나선 바 있고, 2주 전 취리히 클래식 때 우즈와 가까운 사이인 스티브 스트리커(미국) 캐디를 맡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단발성이었는데 이번 캔틀레이와 계약은 완전 이적을 의미한다. 정상권 골퍼 캐디는 월급과 함께 대회 성적에 따라 3~10% 인센티브를 받는다. 수입이 100만달러를 넘는 경우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