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스 루비알레스 스페인축구협회 회장이 2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제 유럽도 방심할 수 없습니다. 이번 월드컵만 해도 한국과 스페인의 성적이 16강으로 같았잖아요.”

루이스 루비알레스(46) 스페인왕립축구연맹(RFEF) 회장이 2일 본지와 만나 “한국 축구는 이미 세계적인 수준”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스페인왕립축구연맹은 스페인의 축구 관련 모든 일에 관여하는 최상위 의사 결정 기구다. 한국의 대한축구협회(KFA)와 비슷한 역할이다.

루비알레스 회장은 “한국이 월드컵 16강에 진출한 건 우연이 아니다”라며 “손흥민, 김민재 같은 세계적인 선수가 있을뿐더러 하나의 유기체처럼 탄탄한 호흡을 자랑한다”고 한국 축구를 평가했다. 그는 이어 “최고의 선수들이 함께 뛰는 팀도 삐걱대면 이길 수 없다. 그런 면에서 한국은 대단한 것”이라고 했다.

스페인왕립축구연맹과 대한축구협회는 월드컵을 마치고 같은 처지였다. 다음 2026년 북중미 월드컵까지 대표팀을 새로 이끌어 갈 감독을 선임해야 했다. 대한축구협회는 두 달 동안의 물색 끝에 위르겐 클린스만(59·독일) 감독을 선임했지만, 협회 내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소수에 의해 결정됐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반면 스페인은 16강에서 탈락하자마자 루이스 데라 푸엔테(62·스페인) 감독을 곧장 선임했다.

이에 대해 루비알레스 회장은 “클린스만 감독은 훌륭한 지도자다. 그 선임 과정에 대해 내가 감히 평가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대신 우리는 감독이 대표팀 선수들에 대해 잘 알고 있는지를 본다. 데라 푸엔테 감독은 스페인 유소년 대표팀을 차례로 맡으면서 선수들에 대해 낱낱이 알고 있었다. 긴 고민이 필요 없었다”고 했다.

루비알레스 회장은 1996년부터 13년 동안 스페인 프로축구에서 뛰면서 대학교에서 법학을 전공해 변호사 자격증을 따고, 스포츠 마케팅도 따로 공부했다. 그리고 현역에서 은퇴하고 1년 뒤인 2010년 스페인 선수협회장에 당선, 존재감을 드러낸 끝에 2018년 연맹 회장으로 부임해 지금까지 직을 유지 중이다.

그는 파격적인 행보로 유명하다. 일례로 스페인의 축구 대회가 스페인에서만 열려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2019년부터 수페르코파(수퍼컵) 결승전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었다. 덕분에 연맹은 1년에 4000만유로(약 532억원)를 벌어들인다. 루비알레스 회장이 한국을 방문한 것도 스페인 프로축구를 가상현실에서 구현하기 위해서였다. 연맹은 이날 한국의 메타버스 전문 기업 쓰리디팩토리와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그는 “서울에서 레알 마드리드와 FC바르셀로나가 맞붙는 이벤트 경기도 추진하고 있다”며 “뭐든 시작하면 길은 열린다. 하느냐, 하지 않느냐의 차이일 뿐”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