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먼저 비무장지대(DMZ)로 운전해 가 북한 땅을 보라.”

“클린스만에게 가장 중요한 파트너는 통역이다.”

울리 슈틸리케(69) 전 한국 축구 대표팀 감독이 28일 위르겐 클린스만(59) 신임 대표팀 감독에게 긴급 조언을 했다. 위르겐 클린스만은 울리 슈틸리케에 이어 한국 축구 대표팀의 두 번째 독일 감독이다. 독일 출신 디트마르 크라머(2015년 사망) 감독을 기억하는 축구팬들이 있겠지만, 그는 성인 대표팀이 아닌 U-23(23세 이하 대표팀) 감독이었다.

슈틸리케(왼쪽 원 안) 전 감독이 인터뷰를 통해 클린스만 감독에게 조언하는 모습. SPORTBUZER

독일 스포츠 포털 슈포르트버저(SPORTBUZER)는 클린스만이 한국 대표팀 감독으로 확정되자마자 슈틸리케와 긴급 인터뷰를 했다. 슈포르트버저는 인터뷰에서 아시아 국가 대표팀 감독 경험, 클린스만의 과제 등에 다양한 질문을 했고, 슈틸리케는 한국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클린스만 감독에게 허심탄회하게 조언했다.

그는 클린스만이 한국에서 시행착오 없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비무장지대로 달려가 남북 분단 현실을 이해해야 한다고 했고, 선수들과의 의사소통 협회와의 관계를 위해 통역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남북한 사이에 긴장감이 선수들의 경기력에 반영된다”며 “수비는 규율, 의지, 조정, 엄격함 속에 잘 유지 되지만 공격은 창의성과 위험 감수 같은 축구 미덕이 부족하다”는 색다른 지적을 하기도 했다.

다음은 울리 슈틸리케 전 감독이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에게 조언하는 인터뷰 일문일답 전문이다.

-2014년부터 2017년 한국 대표팀 감독을 역임했다. 당신의 기억은?

“계약을 완전히 끝내지는 못했지만, 아내와 함께 3년 가까이 살았던 한국과 수도 서울에 대한 기억은 한결같이 긍정적이다. 한국은 항상 조화롭고 존경스러웠다. 친절함과 도움은 중요한 경험이었다.”

-한국 축구는 최근 몇 년 간 어떻게 발전해 왔는가?

“분단된 남북한 사이에는 평화협정이 없어 한국은 끊임없는 경계 태세에 있다. 이것이 축구 선수의 경기력에 반영된다. 수비는 규율, 의지, 조정, 엄격함과 같은 필요한 요소들이 있어 잘 유지 되지만 공격에는 창의성과 위험 감수 같은 축구 미덕이 부족하다.”

-한국 축구 인기는?

“한국 프로리그는 큰 인기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 축구협회는 축구클럽 회원들에 의해 설립되지 않았고 기업의 이니셔티브(주도)에서 비롯된다. 최근 몇 년 동안 축구에 많은 투자를 한 현대나 삼성 같은 대기업들이 허리띠를 졸라매면서 클럽들은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반면 대표팀의 인기는 상당하다. 2022년 카타르 월드컵의 16강 진출은 축구에 대한 관심을 증가시켰을 것이다.”

-한국의 축구 비전은?

“잠재력이 있다. 하지만 일부 젊은 선수들이 특히 일본으로 조기 진출하는 등 위험 요소도 있다. 축구협회는 코칭스쿨이나 커리큘럼 같은 통일된 원칙을 바탕으로 젊은 인재들을 위한 구조화된 지원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위르겐 클린스만은 독일과 미국 대표팀 감독을 역임했다. 이 경험이 한국 대표 감독에 중요한가?

“당연히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한국에서 일상생활은 유럽이나 미국과는 완전히 다를 것이고, 이러한 경험들은 오직 현장에서만 이루어질 수 있다.”

-위르겐 클린스만에게 직접 조언했나?

“아니다. 클린스만과 서로 알고 있지만, 계약과 관련하여 어떠한 연락도 없었다.”

-그에게 어떤 조언을 해줄 수 있나?

“살면서 매일 문제를 해결하고, 두려움, 기쁨, 습관을 직접 경험해보라는 것이다. 비무장지대(DMZ)로 운전해 가 북한 땅도 보라고 권한다. 한국은 현대와 전통이 어우러진 곳이라 다양한 경험을 해야 한다.”

-클린스만과 한국은 얼마나 잘 어울리나?

“어느 나라 감독이든 계속해서 결과를 보여주어야 한다는 압박이 있다. 가끔 친선 경기를 망칠 수도 있지만, 한국은 아시아에서 최강이자 선두 국가가 되고 싶어한다. 이를 위해서 공식경기에선 무조건 승리해야 한다. 한국 축구팬들은 대표팀에 높은 기대 수준을 갖고 있다. 클린스만은 매우 의욕적이고, 야심 차고, 매우 규율 있는 선수들과 마주치게 될 것이다.”

-클린스만은 한국 선수들은 훈련하기 위해 어떤 자질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가?

“한국어 구사할 수 없기 때문에 중요한 것은 통역사다. 통역은 전문가일 뿐만 아니라 대인관계 문제에서도 당신을 도와야 한다. 무엇보다 국내 선수들과 해외파 선수들의 스타일을 잘 이해해야 한다.”

-한국이 세계 축구에서 더 큰 발전을 하려면 어떤 것들이 필요하다고 보나?

“외국 명문 클럽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이 너무 적다. 이 문제를 극복하고 아시아에서 경쟁해온 일본과 이란을 앞서가려면 해외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이 많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손흥민은 12년 넘게 국가대표로 활약 중이다. 당신의 평가는? 손흥민에게 특별대우가 필요하다고 보는가?

“소니(손흥민)는 다른 스타들처럼 특별한 관심을 필요로 한다. 국가대표팀에서 손흥민의 침투력이 없다면, 한국의 공격은 마비될 것이다. 손흥민은 독일어와 영어를 완벽하게 구사할 수 있기 때문에 경쟁력이 유지된다. 이 문제는 그의 코치진과 팀과의 협력을 매우 쉽게 만든다. 손흥민은 매우 잘 교육받았고 매우 가족적인 스타일이다.”

-분데스리가에는 정우영(SC 프라이부르크)과 이재성(FSV 마인츠) 두 선수만 출전한다. 분데스리가가 한국 선수들에게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한국 프로리그는 재정적으로 탄탄한 기반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외국 클럽의 관심은 한국 프로 구단과 선수들을 자극한다. 물론 선수들의 해외 진출에 가장 우선적인 곳은 일본이다. 유사한 문화 때문이다. 하지만 2002한일월드컵 이후 7명이 유럽 클럽과 계약한 사례도 있다.”

-아시안컵은 중요한 대회인가?

“한국의 마지막 우승은 1960년으로 거슬러 올라가기 때문에 이 대회 우승은 한국의 가장 큰 목표다. 2015년 시드니대회에서 연장전 끝에 2대 1로 호주에게 졌다. 일본, 이란, 한국, 호주, 사우디 아라비아까지 우승 경쟁을 벌이는 아시아 최강국을 가르는 대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