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간판 공격수 주민규가 울산 앞바다에서 울산 현대 유니폼을 입고 배를 탄 채 입단 신고 사진을 찍었다. 울산은 주민규가 제주 유나이티드를 떠나 울산으로 재입성했다는 의미로 제주의 상징인 오렌지색 배를 수배해 주민규를 태워 울산에 입항하는 의미를 담았다. 홍명보 울산 감독은 “주민규의 컨디션이 올라오고 있어 기대가 크다”고 했다 /울산 현대

이번 겨울 자유계약선수(FA) 시장 ‘최대어’는 단연 주민규(33)였다. 두툼한 몸에 날렵한 움직임으로 리그 정상급 공격수로 자리매김한 지 몇 년째다. 2021시즌엔 5년 동안 외국인 선수에게 내줬던 득점왕을 다시 되찾아온 한국 선수가 됐고, 지난 시즌도 리그 최다 득점(17골·37경기)을 올렸지만 경기 수가 더 적은 전북 현대의 조규성(17골·31경기)에게 밀려 아깝게 득점왕 자리를 내줬다.

강력한 득점왕 후보 주민규가 어느 팀으로 향할지가 가장 큰 화제였는데, 의외로 싱겁게 막을 내렸다. 본격적인 FA 시장이 시작되던 12월 중순 주민규는 일찌감치 지난 시즌 우승팀인 울산 현대를 선택했다. 그는 ‘더 오래 고민할 수 있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울산을 거절하기는 쉽지 않았다”라고 했다.

◇3년 만에 친정으로 돌아오다

주민규는 2019시즌을 울산에서 뛰었다. 그때는 아직 무르익지 않은 시절이었지만, “전통의 울산에서 많은 걸 배웠다”라고 했다. 그리고 세 시즌을 제주에서 보내면서 강력한 공격수로 성장해 금의환향했다. “지난 시즌에 울산을 상대하면서 모든 면에서 빈틈이 없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이런 팀을 만들어 낸 홍명보 감독님 밑에서 배워보고 싶어졌습니다.”

주민규는 훈련을 시작하자마자 홍 감독에게 큰 감동을 받았다고 한다. “감독님이 첫 선수단 미팅에서 그러시는 거예요. ‘감독, 선수는 격차 없이 모두 동등하게 존중받는 게 맞는다. 옳거나 틀리다고 생각하는 건 언제든 말해라.’ 이렇게 권위를 내려놓는 게 쉽진 않을 텐데, 역시 큰 사람이라고 생각했죠.”

주민규의 가장 큰 목표는 리그 우승이다. “아직 리그 우승 경험이 없어요. 또 득점왕이 되면 좋겠지만, 무엇보다 팀이 가장 필요로 하는 우승을 가장 먼저 이뤄내고 싶어요.”

주민규는 뛰어난 실력에 비해 대표팀 경험이 없어 불운한 선수로 꼽히기도 한다. 하지만 그는 “오히려 동기 부여가 되고, 더 달릴 원동력이 된다”며 “아직 실력이 부족해서라고 생각하고, 꿈을 꿀 수 있어 좋다”고 했다. 그가 골을 터뜨리며 울산에 우승컵을 안긴다면 대표팀 꿈을 이룰 가능성도 더 커진다.

◇'스타’ 된 조규성과 또 경쟁

다음 시즌 주민규의 득점왕 등극을 가장 강력히 위협하는 선수는 전북의 조규성(25)이다. 큰 키에도 폭발적인 속도와 정확한 슈팅력을 지닌 조규성은 지난 시즌을 마치고 2022 카타르 월드컵 가나전에서 2골을 몰아치며 국민적 스타로 발돋움했다. 유럽 진출이 목전까지 왔지만 일단 전북에 잔류하는 걸 택했다. 조규성은 지난 1월 “있는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겠다. 유럽 진출은 그다음”이라고 했다.

주민규는 같은 팀에도 경쟁 상대가 존재한다. 바로 지난 시즌 중반 합류해 14경기에서 9골을 몰아넣으며 울산 우승에 공헌했던 마틴 아담(29)이다. 마틴 아담은 190㎝의 큰 키로 공중권을 장악하는데도, 여러 곳으로 패스를 뿌려주는 ‘발밑’도 갖췄다. 주민규는 “울산의 축구를 잘 이해하는 친구다. 선의의 경쟁을 하겠다”고 했다.

여섯 시즌 만에 국내 무대로 잠시 돌아온 FC서울의 황의조(31)도 강력한 득점왕 후보 중 하나다. 황의조는 “많은 경기에서 득점하고 최대한 많이 승리하겠다”라는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