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3년 차 서울 SK 가드 오재현(24) 아킬레스건은 3점슛이다. 데뷔 시즌엔 25.7%. 상대 팀은 오재현이 3점 라인 밖에서 공을 잡으면 쏠 테면 쏘라는 식으로 공간을 내주곤 했다. 오기가 생긴 오재현은 죽기 살기로 3점슛을 연습했다. 팀 훈련보다 1시간 정도 일찍 나와 매일 200~300개씩 슛을 던졌다. 올 시즌 개막 전 왼손 약지손가락을 다치고도 연습을 멈추지 않았다. 동료들이 ‘훈련 중독’이라고 할 정도였다. 그럼에도 괄목상대는 없었다. 올 시즌 3점슛 성공률도 31.6%에 그쳤다. 1위(서울 삼성 신동혁·44.9%)와 비교하면 초라한 수치다.

그리고 3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SK와 안양 KGC 챔피언결정전 5차전. 2승2패로 팽팽히 맞선 두 팀 시리즈 향방을 가를 중요한 경기였다. 오재현은 팀 에이스 김선형(35) 체력을 아껴주려는 전략적 배려로 선발 출장했다. 그런데 1쿼터 초반 오재현이 과감하게 3점슛 2개를 꽂아 넣으면서 상대를 혼비백산하게 했다. 벤치에 있던 SK 선수들이 신이 난 듯 머리를 감싸 쥐고 그의 3점슛 행진을 응원했다. SK는 오재현 활약을 등에 업고 2쿼터까지 13점차(41-28) 앞섰다.

하지만 정규리그 1위 KGC 저력이 지각 발동했다. KGC는 오마리 스펠맨(26·미국), 변준형(27)이 맞받아치면서 경기 종료 5분가량을 남기고 58-58 동점을 만들었다. 이때 오재현이 다시 나섰다. 속공 때 달려나가던 김선형에게 ‘킬 패스’를 찔러줬고 2점차 리드(60-58)를 가져왔다. 그리고 경기 종료 40초 전 3점슛을 다시 꽂아넣으면서 6점차(66-60)로 달아나는 결정타를 날렸다. 승부의 추를 기울게 한 쾌거였다. 경기는 그대로 끝났다. SK의 66대60 승. 오재현은 이날 3점슛 4개를 던져 3개를 적중, 75% 성공률을 기록했다. 연습 때 흘린 땀이 어쩌면 올 시즌 가장 중요한 경기일 지 모를 순간에 빛을 발한 셈이다.

14점을 넣은 오재현은 경기 후 눈물을 흘렸다. 그는 “슛 때문에 민폐를 끼치는 것 같아 (시즌 내내) 죄송했다”며 “감독님과 형들이 제 기를 살려 주려고 노력한다. 그 마음이 너무 고마워서 눈물이 났다”고 말했다. SK는 김선형이 16점 4어시스트, 워니가 18점 15리바운드를 거뒀다.

KGC는 스펠맨이 23점 11리바운드로 분전했지만 승기를 가져오기엔 10% 부족했다. 김상식 KGC 감독은 “공격이 너무 풀리지 않았다. 다음 경기를 준비하겠다”고 했다. 이제 3승2패로 우위를 점한 SK가 유리한 위치에 섰다. KGC는 남은 2경기를 다 이겨야 한다. 6차전은 5일 안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