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현대모비스가 2022~2023시즌 프로농구 정규리그 마지막 홈 경기가 열린 24일 유재학 총감독의 공식 은퇴식을 열었다. 유 총감독은 이번 시즌 플레이오프를 끝으로 현대모비스를 완전히 떠난다. 그는 2004년부터 작년까지 18년간 현대모비스를 지휘했다. KBL(한국농구연맹) 단일 구단 최장수 사령탑이었다.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6번 이끌었고 2014 인천 아시안게임 남자 농구 대표팀 감독을 맡아 금메달을 따냈다. 정규리그 최다승(724승·승률 57.6%), 플레이오프 최다승(58승), 챔피언 결정전 최다 우승 등 기록을 갖고 있다. 2021~2022시즌을 마치고 감독직에서 스스로 물러난 뒤 이번 시즌 팀 총감독을 맡았다.

<YONHAP PHOTO-4948> 은퇴식 하는 유재학 총감독 (울산=연합뉴스) 김용태 기자 = 24일 울산 동천체육관에서 열린 현대모비스 유재학 총감독의 은퇴식에서 유 감독이 헌정 영상을 시청한 후 손뼉을 치고 있다. 2023.3.24 yongtae@yna.co.kr/2023-03-24 22:15:50/ <저작권자 ⓒ 1980-2023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은퇴식 행사는 경기가 끝난 뒤 열렸다. 유 총감독이 코트 중앙에 선 가운데 농구대잔치 시절 선수로서의 활약, 프로 무대에서 감독으로 일군 영광의 장면들이 소개됐다. 은사인 방열 전 대한민국농구협회 회장을 비롯한 농구계 원로, 유명인과 현대모비스 선수들의 영상 편지에선 “완벽한 사람” “츤데레(겉으론 엄격하지만 속마음은 따뜻한 사람)” “아버지 같은 사람” “배울 점이 정말 많은 분” 등 말이 이어졌다.

동갑내기인 추일승 남자 농구 대표팀 감독이 “마지막으로, 아내 말 잘 들어라”라고 하자 관중이 웃음을 터뜨렸다. 뒤이어 기념 트로피와 현수막이 공개됐고, 선수와 팬들이 릴레이로 노래하는 영상이 이어졌다. 어린이 팬들이 꽃다발을 들고 달려오자 유 총감독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었다. 유 총감독이 한 팬이 쓴 편지를 읽다가 ‘오빠’라는 단어에 살짝 당황하자 장내에서 한 번 더 웃음이 터졌다.

유 총감독은 “감독 은퇴식이란 게 어색한 것 같아 처음에는 구단에 ‘하지 않겠다’고 하기도 했는데, 막상 하고 나니 정말 고맙다”며 “중간에 눈물이 날 뻔했는데 참았다”고 했다.

<YONHAP PHOTO-4701> '공 살리긴 했는데' (울산=연합뉴스) 김용태 기자 = 24일 울산 동천체육관에서 열린 2022-2023 SKT 에이닷 프로농구 울산 현대모비스와 안양 KGC의 경기에서 현대모비스 신민석이 몸을 던져 살린 공을 바라보고 있다. 2023.3.24 yongtae@yna.co.kr/2023-03-24 21:42:50/ <저작권자 ⓒ 1980-2023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경기에선 현대모비스가 94대89로 이겼다. 함지훈, 장재석, 이우석 등 주축들이 부상으로 결장했지만 선수들이 집념을 발휘했다. 직전 경기에서 코뼈가 부러진 필리핀 선수 론제이 아바리엔토스가 안면 마스크를 쓰고 부상 투혼을 펼치며 18점 7어시스트를 올렸다. 골밑에선 게이지 프림(23점 10리바운드)과 신민석(6점 13리바운드)이 분전해 리바운드 수에서 49대35로 앞섰다. 서명진은 3점 4개 등으로 18점(7어시스트)을 넣었다.

현대모비스는 2쿼터 중반에 43-23, 20점 차까지 앞섰지만 추격을 허용했고 4쿼터 중반에는 81-79, 2점 차까지 따라잡혔다. 그렇지만 동점은 허용하지 않았고, 경기 종료 3분 전 최진수의 덩크로 92-81로 리드해 승기를 잡았다. 유재학 총감독은 “역시 농구는 리듬의 경기”라며 “한순간에 20점을 까먹고 ‘시소 게임’이 되는 걸 보고 끝까지 방심하면 안 된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하게 됐다”고 했다.

<YONHAP PHOTO-4945> 은퇴식 하는 현대모비스 유재학 총감독 (울산=연합뉴스) 김용태 기자 = 24일 울산 동천체육관에서 열린 현대모비스 유재학 총감독의 은퇴식에서 유 감독이 관중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2023.3.24 yongtae@yna.co.kr/2023-03-24 22:15:25/ <저작권자 ⓒ 1980-2023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조동현 현대모비스 감독은 “여러모로 부담이 있는 경기였는데, 선수들이 ‘KGC가 우리 안방에서 축포를 터뜨리게 하지 말자’는 약속을 지켜줘서 고맙다”며 “(경기에서 이겨) 좋은 은퇴식이 됐다”고 했다. 유 총감독의 다음 행보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유 총감독을 적장으로 상대하면 어떨 것 같나’란 질문에 조 감독의 표정이 사뭇 진지해졌다. “승부는 승부 아닌가요? 총감독님도 봐주시지 않을 겁니다.”

/울산=김상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