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중국 항저우 샤오싱 야구장에서 열린 항저우아시안게임 야구 조별리그 B조 대만과 2차전. 대한민국 대표팀이 대만에 4대 0 완패를 당했다. 9회초 마지막 공격을 지켜보는 선수들. 항저우(중국)=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3.10.02

[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변명할 여지 없는 완패였다.

2일 중국 항저우 샤오싱 야구장에서 열린 항저우아시안게임 야구 조별리그 B조 대만과 2차전. 8회 추가 2득점에 성공한 대만. 항저우(중국)=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3.10.02

아시안게임 4연패를 목표로 출항한 류중일호가 대만에 맥없이 패했다. 대만이 좌완 투수를 선발로 내보낼 것으로 예상했던 류중일 감독은 '좌우놀이' 대신 주축 좌타자를 활용하는 정공법을 택했다.

2일 중국 항저우 샤오싱 야구장에서 열린 항저우아시안게임 야구 조별리그 B조 대만과 2차전. 6회 스트라이크 판정에 불만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는 강백호. 항저우(중국)=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3.10.02

그러나 대표팀 타선은 대만 마운드 공략에 완전히 실패했다. 140㎞ 중후반대 공을 뿌린 린위민에 6이닝 4안타 1볼넷 6탈삼진으로 농락당했다. 7~8회를 책임진 대만 프로야구 소속 구린루이양(퉁이)에게도 2이닝 1안타(2탈삼진)에 그쳤다. 마무리 투수 류즈쭝(보스턴 더블A)에게도 무득점으로 막히면서 셧아웃 패배를 당했다.

2일 중국 항저우 샤오싱 야구장에서 열린 항저우아시안게임 야구 조별리그 B조 대만과 2차전. 8회 추가 실점을 허용하고 있는 고우석. 항저우(중국)=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3.10.02

한국, 일본과 함께 프로리그를 운영 중인 대만은 국제 대회마다 항상 껄끄러운 상대로 여겨졌다. 아시아 3대 프로리그 중 실력과 규모 면에서 가장 열세지만, 때문에 국제대회에서 동기부여는 남다를 수밖에 없다. 이번 대회에도 대만은 미국 마이너리그 소속 선수 및 자국 리그 정예로 선수단을 꾸려 금메달에 도전하고 있다.

2일 중국 항저우 샤오싱 야구장에서 열린 항저우아시안게임 야구 조별리그 B조 대만과 2차전. 대한민국 대표팀이 대만에 4대 0 완패를 당했다. 경기 종료 후 팬들에게 인사하는 선수들. 항저우(중국)=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3.10.02

대만과 달리 한국은 24세 이하 선수 주축의 대표팀을 꾸렸다. 리그 중단 없이 치르는 대회, 금메달 획득시 주어지는 병역 혜택으로 인한 동기부여, 국제 무대 경험 축적 등 다양한 고민이 더해진 결과다. 나이는 어리지만 KBO리그에서 수 년간 경험을 쌓았고, 억대 연봉을 받는 선수들도 적잖이 포함됐다. 이럼에도 첫판에서 아마추어 동호인 위주의 팀인 홍콩에 8회에 간신히 콜드승을 만들며 가슴을 쓸어 내려야 했다. 이튿날엔 100% 최정예라 보기도 어렵고, 연봉 총액 면에서도 비할 바 안되는 대만에 셧아웃 패배를 당했다.

특히 한 수 아래 정도로 여겨왔던 대만에 최근 국제 무대에서 3연패를 당하고 있다는 점은 우려를 더 키운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선동열호가 1대2로 패했다. 에이스 양현종을 내고 1회초에 2실점한 한국은 4회말 김재환(두산)의 솔로포로 추격점을 만들어냈으나, 이후 5이닝 무득점에 그치면서 고개를 숙였다.

이듬해 일본 지바에서 펼쳐진 2019 프리미어12 슈퍼라운드 2차전. 한국은 대만에 0대7로 완패했다. 9회까지 단 5안타를 만들어내는 데 그친 반면, 대만에 두 자릿수 안타를 내주는 등 1년 전보다 더 처참한 패배를 당했다.

4년 만에 다시 만난 대만을 상대로 설욕을 다짐했던 한국 야구, 그러나 이번에도 또 무득점에 그치면서 대만전 23이닝 연속 무득점이라는 굴욕을 당했다.

대표팀 타자 중 윤동희(롯데)가 3안타 경기를 펼쳤고, 최지훈(SSG)이 멀티 히트, 노시환(한화)이 2루타 1개를 만들었을 뿐, 나머지 타자들은 모두 침묵했다. 스트라이크존을 한참 벗어나는 공에도 맥없이 배트가 나왔다. 노림수는 차치하고 임기응변도 찾아볼 수 없었다. 잔루 5개를 쌓은 타선이 침묵한 가운데 마운드가 버텨낼 재간은 없었다. 8회말 등판한 마무리 고우석은 2루타, 사구로 출루를 허용한 뒤 2사 2, 3루에서 2타점 적시타를 맞았다.

어느 순간부터 한국 야구는 일본은 차치하고 대만마저 버거운 지경에 이르렀다. 국제 대회 부진 때마다 경쟁력 강화를 외치며 갖은 수를 쓰고 있으나, 제대로 된 해법은 나오지 않고 있고 이는 연이은 부진의 도돌이표로 돌아오고 있다. 잇단 부진에도 언제 그랬냐는 듯 경기장을 채워주는 관중의 성원에 취해 있을 뿐, 온 국민의 가슴을 뜨겁게 만들었던 투지와 열정은 찾아볼 수 없다. 또 '우물 안 개구리'라는 달갑잖은 꼬리표가 붙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항저우아시안게임은 예선 라운드 2위까지 슈퍼라운드 진출 자격이 주어진다. 류중일호가 태국과의 예선 B조 최종전에서 이기면 2위로 슈퍼라운드에 진출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이미 2승씩을 거두며 일찌감치 슈퍼라운드행을 결정지은 일본, 중국과 만난다. 일본은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프로급 사회인리그 소속 선수, 중국은 수 년째 육성 중인 자원들로 대표팀을 꾸렸다. 대만에 1패를 당한 한국은 슈퍼라운드에 진출하게 되면 이 전적을 그대로 안고 가야 한다. 일본, 중국을 모두 이겨야 결승전에 진출할 수 있다. 홍콩, 대만전에서 보여준 실력이라면 일본, 중국과의 승부를 마음 놓고 지켜보긴 어려울 것 같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