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롯데와 SSG의 맞대결이 펼쳐진 21일 부산 사직야구장. 경기 시작 3시간 전부터 주변이 인파로 북적였다. 유니폼을 파는 기념품 가게 앞에는 50m 넘는 줄이 늘어섰고, 표를 예매하지 못한 관객들은 현장 구입을 위해 티켓 판매 기계 앞에 장사진을 이뤘다. 돗자리를 가져와 도시락을 먹으며 나들이를 즐기는 가족들도 눈에 띄었다. 아내와 함께 여섯 살 딸을 데리고 나온 배광우(39)씨는 “집에서만 야구를 보고 야구장에 안 온 지 오래됐는데, 올해 롯데가 야구를 너무 잘해서 오래간만에 놀러 나왔다”고 했다.

20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SSG와 롯데의 경기. 김광현의 무실점 피칭을 조용히 지켜보는 롯데팬들./스포츠 조선

하위권을 맴돌다 올 시즌 선두 경쟁을 펼치는 롯데 선전에 구도(球都) 부산이 들끓고 있다. 롯데는 2017년 리그 3위에 오른 이후 지난해까지 5년 동안 7위-10위-7위-8위-8위에 머물렀다. 그러나 올해는 15년 만에 9연승을 달리는 등 완전히 달라진 모습으로 1위를 오르내리며 선두권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1992년 이후 31년 만에 우승을 노려볼 수 있다는 기대감이 열혈 팬들 가슴에 불을 지르고 있다.

지난 주말 3연전(19~21일)은 그 열기를 가감 없이 보여줬다. 1위 SSG와 맞붙은 3연전. 세 경기 관중 6만5000명이 들어왔다. 20일과 21일엔 두 경기 연속 2만2990석이 매진됐다. 올해 들어 세 번째 매진이다. 사직야구장은 지난 시즌 총 세 번 매진됐는데 올해는 개막 두 달이 채 되지 않아 작년 기록을 따라잡았다. 롯데 유니폼과 기념품 판매량은 작년 같은 기간 대비 60% 늘었고, 야구장 내 식음료 매장 매출도 30% 이상 증가했다. 부산 지역 대학생 강민승(25)씨는 “올해 친구들이 너도나도 경쟁하듯 사직야구장에서 사진을 찍은 다음 소셜미디어에 올린다”면서 “야구 경기가 있는 날엔 어느 식당엘 가도 모두 롯데 경기를 틀어놓는다”고 전했다.

야구 열풍은 주변 상인들도 미소 짓게 한다. 이날 경기 시작 전 야구장 인근 닭강정 가게, 분식집, 치킨집 등 앞에는 인도(人道)를 가득 채울 정도로 대기 줄이 생겼다. 2020년부터 야구장 앞에서 아들과 함께 닭강정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오오남(69)씨는 “개업 직후 코로나가 터져서 많이 힘들었는데 올해 롯데 덕분에 웃고 있다”며 “작년보다 하루 매출이 30% 가까이 늘었다. 롯데가 기세를 이어서 가을야구도 하고 우승도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야구장 인근 먹자골목 식당·술집들도 야구 경기가 있는 날이면 밤늦은 시간까지 손님들로 가득 찬다고 한다.

3연전 첫날 기세를 올렸던 롯데는 이후 이틀 연속 고배를 들었다. 21일에도 롯데는 SSG에 3대6으로 패했다. 전날 0대5 패배에 이어 2연패다. 순위도 3위로 내려앉았다. SSG 최정(36)이 1회 결승 솔로 홈런을 때렸고, 4번 타자 에레디아(32)도 5타수 2안타 3타점 맹타를 휘둘렀다. 경기는 졌지만 롯데 팬들은 웃으며 경기장을 떠났다. 부산 동래구 주민 권혁준(47)씨는 “어떻게 매 경기 이길 수 있겠느냐”며 “상위권에 계속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선수들에게 감사한다”고 말했다.

잠실에선 LG가 한화를 4대1로 꺾고 4연승을 달렸다. SSG와 함께 공동 1위(26승 1무 14패)에 올랐다. 선발 김윤식(23)이 6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했고, 김현수(35)가 1회 선제 결승 2루타(1타점) 포함, 2안타로 활약했다. 수원에선 최하위 KT가 두산을 7대3으로 이겼다. KT는 이번 3연전에서 2승 1패를 올리며 한 달여 만에 ‘위닝 시리즈’를 기록했다. 창원에선 삼성이 연장 12회 접전 끝에 NC를 2대1로 꺾었다.

광주에선 키움이 KIA를 1대0으로 제압했다. KIA 선발 투수 양현종(35)은 패전 투수가 되면서 KBO(한국야구위원회) 통산 다승 단독 2위(162승) 등극은 다음 기회로 미뤘지만, 대신 최다 이닝 투구 단독 3위에 올랐다. 통산 2205이닝을 던져 2204와 3분의 2이닝을 던진 이강철(현 KT 감독)을 넘어섰다. 이 부문 1·2위는 송진우(3003이닝)와 정민철(2394와 3분의 2이닝)이다.

부산=김영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