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 히어로즈의 전병우(왼쪽)가 1일 인천에서 열린 SSG 랜더스와의 한국시리즈 1차전 9회초 1사 2루에서 역전 투런 홈런을 날린 뒤 팀 동료 푸이그에게 높이 뛰어 안기며 기뻐하고 있다. 전병우는 키움이 4-5로 뒤지던 9회초 홈런으로 6-5로 역전시켰고, 6-6으로 맞선 10회초엔 결승타를 날리며 팀의 7대6 승리에 주역이 됐다. /뉴스1

한국시리즈 데뷔전을 ‘인생 경기’로 만들었다.

키움 전병우(30)가 1일 SSG와 벌인 2022 한국시리즈 원정 1차전에서 3타점을 올리며 팀의 7대6 승리를 이끌었다. 그는 6-6으로 맞서던 연장 10회 초 2사 1·2루에서 결승 적시타를 쳤다. SSG 숀 모리만도를 공략해 좌전 안타를 때렸고, 2루 주자 야시엘 푸이그를 홈으로 불러들였다.

전병우는 4-5로 뒤지던 9회 1사 2루에서 대타로 한국시리즈 무대를 처음 밟았다. 마운드에는 SSG의 노경은(38)이 버티고 있었다. 두산 시절에 한국시리즈 통산 2승(4경기)을 거둔 베테랑이었다. 전병우는 과감했다. 노경은이 초구로 던진 시속 137km짜리 슬라이더가 몸쪽으로 높게 들어오자 강하게 받아쳤다. 타구는 직선타에 가깝게 뻗어가더니 그대로 왼쪽 담장을 넘어갔다. 전병우는 2타수2안타 1홈런 3타점이라는 특급 활약을 펼치며 1차전 MVP(최우수선수)로 뽑혔다.

정규 시즌 1위로 한국시리즈에 직행한 SSG와 정규 시즌 3위로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를 통과하며 올라온 키움은 이날 1차전이 아니라 7차전처럼 싸웠다. ‘내일’이 없는 것처럼 선발급 투수들을 구원으로 쓰는 물량 대결을 했다. 프로야구 역대 포스트 시즌을 통틀어 대타 홈런이 처음으로 2개 나왔다. 그것도 9회에 하나씩 대타 홈런을 주고 받는 믿기 어려운 드라마가 연출됐다.

초반은 키움에게 불리하게 흘러갔다. 선발 투수인 에이스 안우진이 3이닝을 채우지 못하고 2실점한 상태에서 물러났다. 2회에 먼저 실점한 그는 3회 2사 후 SSG 최정에게 솔로 홈런을 맞았다. 오른손 중지에 물집이 잡힌 상태에서 공을 계속 던지다 피가 났다. 그는 KT와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 때에도 오른손 검지와 중지에 물집이 생겨 6이닝만 소화했다. 이후 준플레이오프 5차전(6이닝 2실점·승리), LG와의 플레이오프 3차전(6이닝 2실점)에선 구위가 약간 떨어진 모습을 보였다.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 이어 두 경기 연속 나흘만 쉬고 마운드에 오르면서 손가락 문제가 불거진 것으로 보인다.

정규 시즌 평균자책점·탈삼진 1위 안우진이 빠졌지만 키움은 포기하지 않았다. 0-2로 뒤지던 5회에 안타 2개와 상대 우익수 실책, 패스트볼을 묶어 동점을 만들었다. 2-3으로 역전당한 6회에도 안타 3개로 2점을 뽑아 역전했다.

SSG의 공세도 거셌다. 5-6으로 끌려가던 9회 말 1사 후에 대타로 등장한 김강민(40)이 동점 솔로 홈런을 터뜨렸다. 키움 마무리 김재웅이 던진 낮은 직구를 잡아 당겨 왼쪽 담장을 넘겼다. 40세1개월19일인 김강민은 역대 포스트 시즌 최고령 홈런 기록을 썼다. 2011년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 SK 최동수가 안방 문학에서 삼성을 상대로 승리를 결정짓는 홈런을 치며 세웠던 종전 기록(40세1개월17일)을 바꿨다. 이날 최정(35)과 김성현(35)은 타점 2개씩을 올렸다. SSG는 10회 말에도 2사 1·3루 기회를 잡았는데, 김강민이 투수 땅볼로 아웃되면서 1차전을 내줬다.

이날 경기가 열린 인천 SSG랜더스필드에는 응원단이나 흥을 돋우는 음악은 없었다. KBO(한국야구위원회)는 지난달 29일 이태원 핼러윈 참사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의미로 한국시리즈 1~4차전에서 시구 및 사전 행사를 하지 않고, 팬들의 응원을 유도하는 응원단이나 앰프도 동원하지 않기로 했다. 경기 시작 전엔 참사 희생자들에 대한 묵념을 했다. 그러나 극적인 플레이가 이어지면서 2만2500석을 가득 채운 관중은 함성으로 경기장을 메웠다.

2차전은 2일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 SSG는 윌머 폰트, 키움은 타일러 애플러를 선발로 예고했다.

/인천=성진혁·김상윤·김영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