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의 외국인 타자 야시엘 푸이그(32)는 종종 타석에서 배트를 혀로 핥는다. MLB(미 프로야구) LA 다저스 시절부터 했던 버릇이다. “사랑을 표현하면, 배트는 안타로 보답한다”는 믿음에서 이런 ‘기행’을 선보인다. 도료가 발린 나무 배트를 바닐라 아이스크림이라고 생각한다.

푸이그의 배트가 이런 사랑 고백에 반응하는 걸까. 그는 지난달까지 타율 0.218(188타수 41안타)로 부진하다 이달 들어 10경기에서 타율 0.341(41타수 14안타)로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특유의 힘을 앞세워 때려낸 홈런(8개)도 이정후(9개)에 이어 팀 내 2위다.

홍원기 키움 감독은 아직 조심스럽다. “타격 매커니즘과 결과가 아직 만족할 만한 수준이 아니다”라는 것이다. 홍 감독은 “푸이그 본인도 아직 만족스러워하지 않는다. 상승세라고 보기엔 이르다”고 했다. 시즌 타율도 0.240에 머물고 있다. 하지만 푸이그는 메이저리그에서 뛸 때 시즌 초반 부진하다가 후반으로 갈수록 살아나는 모습을 보였다. 국내 리그에서도 상향 곡선을 기대할 만하다.

푸이그의 야구 인생은 드라마틱하다. 쿠바 청소년 대표팀 스타였던 그는 멕시코 마약 밀수업자의 도움으로 2012년 미국 땅을 밟았다. 당시 쿠바는 해외 출국을 극도로 통제하던 폐쇄 국가였다. 목숨을 건 탈출 끝에 2013년 LA 다저스와 7년 계약을 하며 MLB에 입성한 푸이그는 첫 시즌부터 타율 0.319에 19홈런을 때려내는 괴력을 뽐냈다. 하지만 팀 동료들과의 불화 등으로 2018년 시즌을 마치고 신시내티 레즈로 트레이드됐고, 2019시즌 도중 클리블랜드 인디언스로 방출됐다. 이 무렵 과거 성폭력 의혹이 연달아 터지면서 2020년을 통째로 쉬어야 했다. 작년엔 멕시코 리그에서 62경기를 뛰며 타율 0.312 10홈런의 성적을 냈다.

푸이그는 올해 한국 데뷔를 앞두고 “2019년은 나를 바꿨고, 2020년은 나를 부러뜨렸으며, 2021년은 내 눈을 뜨이게 해줬다. 2022년에 난 돌아온다”고 재기 의지를 밝혔다. 그에게 한국은 미국 무대로 돌아갈 마지막 기회다. 그래서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