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내야수 한동희는 올 시즌 잠재력을 터뜨리며 리그 타율·홈런·OPS 등 부문에서 1위를 달린다. 롯데는 한동희의 활약에 힘입어 리그 단독 2위를 질주하고 있다. 한동희가 지난달 28일 오후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조명 반사판을 든 모습. 2022시즌 국내 프로야구에서 ‘가장 빛나는 타자’가 자신이라고 주장하는 것 같다. /김동환 기자

‘자이언츠의 심장’ 이대호(40·롯데)는 올 시즌을 마치고 은퇴하겠다고 선언했다. 불혹의 나이에 3할 중반 타율을 기록하자 ‘1년만 더 하자’는 말도 나오지만 그의 결심은 확고하다. 부산 롯데 팬들은 걱정 대신 ‘리틀 이대호’ 한동희(23)를 위안으로 삼는다.

한동희는 이대호와 마찬가지로 경남고 출신이며, 우타 내야수다. 올 시즌 타격 성적도 선배 이대호를 따라가고 있다. 3일 기준 타율 0.424, 7홈런, OPS(출루율+장타율) 1.225로 각 부문 모두 리그 단독 선두다. 타점은 22점으로 한유섬(SSG·27타점)에 이어 2위다. 도루를 제외한 타격 전 부문을 휩쓸며 7관왕에 올랐던 2010년의 이대호를 떠오르게 한다. 오는 9일 발표되는 리그 월간 MVP(최우수선수)에서 타자 후보 4명 중 한 명으로 뽑혔는데, 수상은 따 놓은 당상이나 다름없다.

한동희는 최근 본지와의 통화에서 올해 성적 상승의 비결에 대해 “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타석에 들어간다”며 “2~3년 정도 루틴을 꾸준하게 이어가다 보니 자신감도 늘었다”고 했다. 그는 또 “방망이를 거꾸로 들고 테니스공을 치는 훈련을 계속 하고 있는데, 내게 가장 많이 도움이 되는 것 같다”며 “콘택트 능력과 ‘팔로 스루(follow through·공을 때린 뒤 배트를 등 뒤까지 휘두르는 동작)’에 도움이 된다”고 했다.

2018년 1차 지명으로 롯데 유니폼을 입으며 기대를 모은 한동희는 데뷔 초 1군 무대에서 성적을 내지 못하며 성장통을 겪었다. 그러나 3년 차부터 두 자릿수 홈런을 치는 등 두각을 드러냈고 5년 차인 올해 리그 최고 타자로 떠올라 ‘제2의 이대호’란 별명을 얻었다. 한동희의 ‘롤 모델’도 단연 이대호다. 그는 초등학교 2학년이었던 2007년 이대호의 활약을 보고 야구를 시작했다.

“프로에 오고 나서 이대호 선배님과 함께 뛸 수 있어서 정말 좋았어요. 우상과 함께 그라운드에서 플레이하는 모습을 상상만 했는데 그게 실제로 이뤄졌으니까요.”

그는 “신인 때부터 대호 선배님이란 멘토가 있었기 때문에 제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며 “항상 자신감을 많이 심어주시고, ‘이럴 땐 더 공격적으로 쳐라’ ‘이 상황에는 팀 배팅을 하면 좋겠다’ 같은 조언도 해주신다”고 했다.

그는 “아직은 시즌 초반이기 때문에 타이틀 욕심 대신 ‘시즌 내내 좋은 성적을 꾸준히 유지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고 했다. 꼭 따내고 싶은 개인 타이틀을 묻자 “모든 타이틀이 다 좋다. 그중 굳이 하나를 꼽으라면 홈런왕이다”라면서도 “올해만큼은 개인 타이틀보다도 ‘가을 야구’가 우선”이라고 했다. 그는 그 이유로 “입단한 뒤 아직 한 번도 포스트시즌에서 뛰어보지 못했고, 이대호 선배님의 마지막 시즌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한동희는 항저우 아시안게임 야구 대표팀의 4번 타자 후보 1순위로 꼽힌다. KBO(한국야구위원회)는 오는 9월 열리는 이번 대회에서 만 24세 이하 혹은 프로 3년 차 이하 선수 위주로 대표팀을 꾸리기로 했다. 한동희는 “꼭 가고 싶다. 태극마크를 달게 된다면 더 성장하는 계기가 될 것 같다”고 했다. 그는 ‘대표팀에 걸맞은 자신의 장점’을 묻자 “힘은 제가 제일 좋은 것 같고, 이제는 정확하게 치는 능력도 조금은 좋아지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롯데는 현재 한동희의 활약을 앞세워 2위에 올라 있다. 지난 주말 롯데와 LG의 경기가 열린 잠실야구장에는 롯데 원정 팬이 모여들어 관중이 2만명을 넘었다. 한동희는 “육성 응원이 풀린 덕에 더 신나게 야구를 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많이 찾아와 주셔서 정말 감사드려요. 제가 더 잘해서 올해는 꼭 포스트시즌에 갈 수 있게 하겠습니다. 그리고 대호 선배님보다는 아직 한참 부족하지만, 그래도 따라갈 수 있도록 열심히 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