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완도 출신인 박준희(59) 구청장은 지난 4년간 ‘경제구청장’을 내세우며 지역경제 살리기에 나섰다. 그 결과 지난 6월 지방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했다는 평을 받는다. 특히 청년 창업을 지원하는 ‘관악S밸리’로 벤처도시의 토대를 만들었고 지난 1월에는 관악구를 벤처기업육성촉진지구로 발돋움시켰다. 그는 “4년간 조성한 벤처 생태계를 기반으로 관악구를 제2의 실리콘밸리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재선 구청장답게 달변인 박준희 구청장을 지난달 28일 관악구청 집무실에서 만났다.

서울행복플러스 취재팀과 인터뷰 중인 박준희 관악구청장. 그는 관악구를 벤처도시로 성장시키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보였다.

-’경제구청장’을 표방한 성과가 있었나.

“관악구는 서울대를 끼고 있는데도 창업 불모지에 가까웠다. 구·시의원을 거치며 이곳을 창업의 요람인 실리콘밸리처럼 혁신경제도시로 만들어야겠다는 의지를 굳혔다. 그래서 지난 임기중 ‘관악S밸리’를 만들어 창업인프라 시설을 13곳 조성했다. 현재 112개 창업기업이 입주해 700명 이상이 활동 중이다. 무엇보다 벤처창업육성촉진지구로 지정된 게 큰 성과다. 이곳에 입주하는 벤처기업에는 재산세나 취득세 등이 감면되고 중앙정부로부터 각종 지원을 받게 된다.”

-112개 기업으로 시작했는데 향후 계획은?

“기업은 계속 늘고 있지만 이 기업들이 자라나 공간이 좁아지면 관악구를 떠날 수 있다는 고민은 있다. 최근 창업센터에 입주하려는 기업들의 경쟁률이 20대1을 넘었는데 탈락한 기업은 관악구를 떠날 수밖에 없단 뜻이다. 그래서 낙성대 공원에서 서울대 후문까지 공원용지로 지정된 약 8만㎡ 부지 규제를 풀도록 서울시를 설득하고 있다. 이곳에 창업단지를 만들면 공간 경쟁력에서 크게 앞설 수 있다는 판단이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이 부지를 개발하는 것에 공감했다. 민선 8기에는 1000개 이상의 벤처기업을 유치하겠다.”

-관악구는 청년 비율이 41%로 전국에서 가장 높다.

“그만큼 젊은 구라는 뜻이다. 청년 업무만 전담하는 청년정책과를 유일하게 신설한 것도 그래서이다. 전국에 청년 정책을 잘한다는 지역을 다 돌아다녔는데 오히려 그쪽에서는 관악구에 배우러 오겠다더라. 청년 취업률도 55%로 전국 최고 수준이다. 지금은 이 청년정책과를 청년문화국으로 승격해 청년 정책에 힘을 싣고 있다. 연말에는 ‘관악 청년청’이 완공된다. 청년청장을 모집해 청년들에게 고용·일자리·복지는 물론 심리상담·커뮤니티까지 지원하는 허브이자 중심지로 만들 계획이다.”

-관악구에는 문화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평이 있다.

“지난 4년간 경제 살리기와 창업 생태계 조성에 집중했기에 문화에는 소홀하다고 느꼈을 수 있다. 앞으로는 다르다. 청년문화국을 만든 것도 기존 청년정책에 문화라는 콘텐츠를 더하기 위함이다. 지금도 관악문화재단에서 다양한 공연을 선보이고 있지만 앞으로 더 수준 높은 콘텐츠를 마련할 계획이다. 귀주대첩을 승리로 이끈 강감찬 장군이 관악에서 태어나 성장한 점을 세계에 알려 문화도시로 만들 목표도 가지고 있다. 도림천을 별빛내린천으로 바꾼 것도 강감찬 탄생 설화를 반영한 것이다. 이번에 열었던 관악강감찬 축제도 스트릿댄서들이 대거 참여하며 문화의 장이 됐다. 관악에 오면 즐길거리가 많다고 느낄 수 있도록 인프라 조성에 힘쓰겠다.”

-코로나19 이후 골목상권이 많이 침체했는데.

“관악구 전체 상인의 94%가 소상공인, 즉 골목상권이다. 앞서 젠트리피케이션을 막고 소상공인을 지원하기 위해 조직개편도 했다. 골목형상점가를 3군데 지정해 온누리상품권을 쉽게 쓸 수 있도록 하고 간판 교체 비용을 지원해주는 등 소상공인들에게 ‘단 1원’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뭐든 해왔다. 서울시와 매칭으로 5년간 80억원을 투입하는 ‘별빛 신사리 상권 르네상스’도 추진하고 있다. 2024년까지 신림역 일대를 서울의 대표 상권으로 부흥시키는 사업이다. 지역화폐를 서울시에서 최대 발행(1208억원)한 것도 도움이 됐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