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도 ‘김치의 날’이 있다. 한국과 같은 11월 22일이다. 지난해 8월 미국 캘리포니아주(州)를 시작으로 버지니아주·뉴욕주에 이어 지난 6월 워싱턴DC에서도 ‘김치의 날’로 정했다. 우리나라에서는 2020년 제정됐으며, 식품 관련 법정기념일은 김치가 유일하다. 미국 각 주에서 제정된 ‘김치의 날’이 더욱 뜻깊은 이유는 결의안에 김치의 역사와 우수성, 미국 내 인기 등을 비롯해 ‘한국이 김치 종주국(宗主國)’이라는 내용이 명시됐기 때문이다. 실제 나타나는 수치도 고무적이다. 2011년 280만 달러(약 36억원)에 불과했던 미국 수출액은 지난해 2825만 달러(약 369억원)로 10년 만에 10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김치 인기는 미국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지난해 전체 김치 수출액은 1억5991만 달러(약 2090억원)를 기록하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수출국도 일본에서 동남아시아·미국·유럽 등 전 세계로 확대됐다. 일본이 차지하는 비율은 2011년 83%에서 지난해 50%로 낮아졌다.

/게티이미지뱅크

◇과학적 학술 연구를 토대로 세계인에게 김치의 우수성 알려

농림축산식품부는 김치 수출 증가 요인으로 ▲김치 건강 기능성에 대한 세계적인 인지도 제고 ▲정부의 다양한 홍보 ·지원 정책이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미국 ‘김치의 날’ 제정 역시 세계김치연구소가 각고의 노력 끝에 얻은 결실이다. 세계김치연구소는 2010년 설립된 정부 출연 연구기관이다. 종합적인 김치 연구로 김치 산업 진흥뿐만 아니라 김치의 역사·문화·과학적 우수성을 전 세계인에게 알리는 역할을 한다.

김치에 대한 학술 연구는 다양한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수퍼푸드 김치는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며 더욱 위상이 높아졌다. 지난해 세계김치연구소와 프랑스 몽펠리에대학 폐의학과의 공동 연구가 한몫했다. 장 부스케 명예교수 연구팀은 ‘김치 재료인 배추·고추·마늘 등에 함유된 각종 영양 성분이 인체 내 항산화 시스템을 조절해 코로나19 증상을 완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2017~2022년 수출실적 연 누계 /자료=관세청·한국무역협회

◇김치 종균 연구·개발 및 중소 김치업체 지원

김치가 집 반찬이 아닌 공산품이자 수출품으로 제대로 자리 잡으려면 균일한 맛과 품질이 전제돼야 한다. 이를 위해 세계김치연구소는 2013년 ‘종균 개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전체 발효를 주도하는 우수한 종균(種菌)을 개발해 2020년부터 농림축산식품부 지원으로 김치 제조업체에 무상 지원하고 있다.

김치 최대 수출국인 일본은 2015년부터 기능성표시식품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중소 업체가 일본에서 김치의 효능을 알리며 경쟁하기에는 과학적 근거를 마련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다. 세계김치연구소는 지난해 중소 업체인 뜨레찬과 함께 ‘장내 유익균 증식 및 배변 활동에 도움을 준다’고 표시할 수 있는 ‘기능성 표시 김치 1호’를 개발해 하반기 수출 예정이다.

한편, 농림축산식품부는 중국이나 미국 현지에서 생산·수출하는 김치에 ‘한국 김치’ 등 문구가 무분별하게 사용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김치산업진흥법과 농수산물품질관리법 시행령에 ‘김치 국가명 지리적 표시제(NGI)’ 도입 근거 규정도 마련했다. 국내산 재료의 공급량 부족 등 김치 제조업계의 애로 사항을 반영해 국내 판매용 김치의 주원료는 모두 국내산만 사용하도록 한 반면, 수출용 김치는 김치산업진흥법에서 정의한 주원료 규정에 따르도록 지리적 표시 기준을 완화했다. 수출용 김치는 최종 제품에 혼합된 비율이 높은 순서로 3가지 원료를 국산으로 사용하면 ‘대한민국 김치’라고 표시할 수 있다.

장해춘 세계김치연구소장은 “정부 관계 기관 등과 협력해 김치의 과학적 우수성과 문화적 고유성에 대한 홍보 활동을 더욱 활발히 펼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제작 지원: 2022년 FTA 이행지원 교육 홍보 사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