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장 4년입니다. 인터뷰 ‘작전’을 세워 신청한 뒤 꼬박 4년이 걸려 만났습니다. 지금 읽고 계시는 피에트로 베카리 디올 회장 말씀입니다. 베카리 회장이 2012년 펜디 CEO로 부임한 이후부터 LVMH에서 촉망받는 차세대 스타 CEO 중 하나였습니다. 만나는 사람마다 “베카리 대표를 꼭 인터뷰해!”라고 당부했죠. LVMH 그룹에서라면, 그룹 전체를 장악하고 있는 아르노 회장을 만나는 게 물론 최고의 목표겠지만 베카리 이야기도 빠지지 않았습니다. 오래된 기업에 생명력을 불어넣고, 마치 독심술가처럼 사람들의 마음을 읽어내는 그의 반짝반짝 빛나는 창의력과 추진력, 설득력, 혜안을 배우라고들 했습니다. 되든 안 되든 매번 인터뷰 신청을 했고, 컬렉션은 물론이고, 파리 출장 갈 때면 LVMH 주도로 이뤄지는 지속가능성 관련 콘퍼런스와 학회에 이름을 올려 참석했죠. 어떻게 해서든 이름을 알리고 올려야 마치 적금 쌓이듯 신뢰도도 오르니까요.

너무 신경 쓸 게 많아서 매번 청바지에 남색 재킷, 남색 니트 차림만 고수해 마치 성직자 같다고 웃는 그를 보니 진정한 패션 회사 회장답더군요. 자신이 누릴 수 있는 마지막을 포기한다는 건 그만큼 일에 쏟아붓는 열정의 온도를 실감케 합니다. 제가 만난 날도 디올 성수 공사 현장을 진두지휘하며 청바지에 먼지를 잔뜩 뒤집어쓴 차림일 정도로 열심이었거든요. 성수 매장 곳곳을 설명해주며 가방 이니셜을 새기기 위해 디지털과 접목된 기술 등도 보여주는 데 마치 신입 사원의 패기 같은 것이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혼자서는 이길 수 없다, 모두가 팀으로 움직인다. 최고의 팀도 마지막 1초에 무너질 수 있다. 끝까지 집중하라. 그의 말이 디올 성수를 흐르는 투쟁가처럼 느껴졌습니다. 분명 배경은 우아하고 아름다운 장미꽃의 정원인데 말이죠. 이것도 대조적인 아름다움에서 느끼는 사치일까요?

4년의 기다림 끝에 긴장의 순간이 흐르고, 드디어 지면으로 맞이하게 됐습니다. 항상 ‘더 잘했어야’하는 후회가 들지만, 그의 말대로 약체도 언젠가 막판 역전골을 넣을 때가 있지 않겠습니까? 항상 시도하고, 도전해 더 나은 지면과 온라인을 만들려 노력한 조선일보 ‘더 부티크’가 다음 달로 5주년을 맞습니다. 아름다운 시작이 될 수 있도록 격려와 조언 부탁드립니다. 지면을 넘기고 나서 좋은 기억이 남을 수 있게, 마지막까지 무너지지 않고 집중해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