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에서 공개되는 대형 작품 ‘천인천각(千人千刻)’. 우리나라와 중국에서 활동하는 서예작가 1000명이 각각 한 자씩 파낸 천자문을 모아 만든 작품이다. 크기는 높이 240㎝, 길이 600㎝이다. 한국 서예계 원로 초정 권창륜 선생이 전서체로 작품 제목을 썼다.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 제공

천자문(千字文)을 한 글자씩 돌에 새겨 만든 ‘전각(篆刻)’ 1000개가 한 폭의 화선지에 담겼다. 우리나라와 중국에서 활동하는 서예작가 1000명이 각각 한 자씩 파낸 천자문을 모아보니 높이 240㎝, 길이 600㎝의 대작이 됐다. 한국 서예계 원로 초정 권창륜 선생이 전서체로 작품 제목을 썼다. ‘천인천각(千人千刻)’전이란 이름을 달고 올해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에서 공개된다. 최은철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 예술감독은 “서예가 1000명의 예술 역량이 하나로 집약된 서예 사상 초유의 의미 있는 작품”이라며 “서예와 전각이 융합된 붓과 칼의 아름다운 하모니”라고 말했다.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 11월 5일 개막

‘2021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는 오는 11월 5일부터 12월 5일까지 전북 전주시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등 전북 일대에서 열린다. 지난 1997년 첫 행사를 개최, 올해로 13회를 맞았다. 올해 주제는 ‘자연을 품다(回歸自然)’. 이선홍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 조직위원장은 “서예에 담긴 자연에 대한 심오함을 세계인과 함께 느낄 수 있는 축제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20개국 104명의 작가가 참여하는 ‘서예의 역사를 말하다’전이 메인 전시다. 서예의 근본 정신을 바탕으로 고대, 근대, 현대의 서체별 변화와 시대성을 작품으로 선보임으로써 서예의 흐름을 조망한다. 독일 작가 프랑크 마틴은 작품 ‘기후변화(氣候變化·70㎝×200㎝)’를 통해 급격히 변하는 지구 환경에 대한 느낌을 먹의 농담과 거친 필선으로 표현했다. 이용, 정도준, 판궈치앙 등 국내·외 유명 서예작가들의 작품이 메인 전시에 걸린다.

‘나랏말싸미’ 전에서는 훈민정음 창제 당시의 서체에서 궁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서체가 소개된다. 현대 서예가의 개성과 미감으로 새롭게 표현한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한글 서예의 본질과 미래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전시를 꾸몄다. 대중의 삶과 애환이 담긴 노래들과 서예가 함께 어우러지는 ‘선율&음률’ 전도 흥미롭다.

한·중 2개국 작가 35명이 참여하는 ‘융합서예’ 전에선 실험적인 작품이 관객을 기다린다. 조각·회화 등 다른 장르와 융합된 서예가 생동감 있게 표현됐다. 최은철 예술감독은 “융합 가능성이 무궁한 서예는 현대에 들어와서 음악과 무용 등의 장르와 협업하고 있다”며 “이번 행사에선 서예가 동양을 뛰어넘어 세계로 나갈 수 있는 가능성을 실험하는 무대”라고 했다.

지난 2017년 열린 세계서예전북서예비엔날레 개막공연에서 김병기 전북대 명예교수가 서예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 제공

◇원희룡·송하진 붓글씨도 나온다

‘명사 서예’ 전에서는 우리나라 저명인사들의 작품이 대거 출품된다.

문희상 전 국회의장은 ‘淸如水平如衡(물과 같이 청렴결백하고 저울과 같이 공평함)’이라고 적힌 가로 35㎝, 세로 138㎝짜리 작품을 선보인다.

원희룡 전 제주지사는 ‘담대(가로 70㎝, 세로 135㎝)’를 한글로 썼고, 나경원 전 국회의원은 ‘致中和(중심과 조화를 이루다)’ 작품을 내놨다. 서예가 강암 송성용 선생의 아들 송하진 전북도지사는 ‘和而不同(가로 50㎝, 세로 144㎝)’이란 작품을 선보인다. 다른 사람과 화목하게 지내지만 자기의 중심과 원칙을 잃지 않는다는 뜻을 담았다고 한다.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 관계자는 “우리 사회를 이끄는 명사의 한 말씀이 서예 작품으로 피어나서 관객들에게 깊고 넓은 감동을 선사할 것”이라고 했다.

행사 기간 다양한 체험도 할 수 있다. 유명 작가의 작품을 탁본해 소장하는 체험과 작가의 지도를 받아 서예를 써볼 수 있는 체험 공간이 마련됐다.

서예 작품을 퍼즐 조각으로 만들어 맞추면서 서예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놀이 공간도 흥미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