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대 노인 환자가 측두부(側頭部·머리 양쪽 옆면 부분) 통증을 호소하며 내원(來院)했다. 통증이 심하기도 했지만, 마음이 초조하고 불안한지 어찌할 바를 몰라 했다. 이 환자가 두통으로 괴로운 지는 2~3개월 됐고, 여기저기서 이런저런 치료를 받았지만 원인은 정확히 알 수 없었다. 낫지 않는다는 위기감이 어찌 보면 두통보다 그를 더 힘들게 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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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장감으로 아내 손까지 꼭 잡고 있는 환자를 안정시킨 후에, 증상에 대해 더 자세하게 물었다. “목을 좌우로 움직이면 통증이 증가한다”는 대답이 나왔다. 나는 그 자리에서 “안심하셔도 됩니다, 좋아질 겁니다”라고 말했다. 이것은 목뼈(경추) 2~3번에서 유발되는 두통이다. 경추 상부는 두통·어지러움·메슥거림 등의 주요 원인이 된다. 경추 2~3번 문제는 흔히 두통과 목을 뻣뻣하게 하고, 경추 3~4번 문제는 목을 좌우로 움직일 수 없게 만든다. 이 환자의 경추 여러 부분에서 협착이 발견됐다.

스웨덴의 한 경추관 협착증 연구에 따르면 40세 미만에서는 환자 분포가 5%대에 불과했다. 그러나 60세 이상에서는 무려 30%로 늘어났다. 경추관 협착은 두통이나 어지럼증뿐만 아니라 어깨나 팔 저림의 원인일 때가 많다. 경추 디스크 탈출증은 경추의 특성상 운동 범위가 넓고 공간이 충분하게 확보되는 경우가 많아, 일정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회복되기도 한다. 하지만 협착증은 뼈와 인대·관절 등이 영구적으로 변한 것으로, 시간이 지나면 흡수되는 디스크 탈출과는 다르다.

같은 증상이더라도 젊은 환자는 디스크 탈출이나 협착 없이 신경 뿌리가 마찰하면서 생기는 병(신경뿌리근병)을 먼저 떠올려야 한다. 그러나 노인이라면 척추관 협착증을 맨 먼저 의심해야 한다. 척추관 협착증은 나이가 들면서 서서히 진행되는 노화현상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흔히 척추 협착이 있으면 등이나 팔·다리에만 문제가 생기는 것으로 착각한다. 하지만 다수의 문헌(文獻)에서는 척추관 협착증 진행이 수명을 단축시키는 요인 중 하나라고 경고한다. 더욱더 충격적인 사실은 척추관 협착증이 인지능력까지 감소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뇌와 척수에는 뇌척수액이라는 독특한 피의 흐름이 있다. 뇌척수액은 뇌와 척수의 신경을 감싸고, 이들을 보호하고, 영양을 공급할 뿐 아니라 이들이 배출한 찌꺼기까지 모아서 혈류로 내보내는 특유의 역할을 한다.

일반적으로 혈압이 증가하면 손발에 피가 잘 가지 못하는 것처럼, 뇌척수액도 압력이 증가하면 원활한 순환이 안 된다.

젊은 사람은 뇌척수액이 하루에 네 번 정도 생성되었다가 싹 비워지는 주기(週期)가 이어진다. 이에 비해 나이가 들면 그 주기가 하루에 세 번 정도로 줄어든다. 여기다가 뇌척수액 압력까지 증가하면 뇌가 내보내는 찌꺼기를 청소하는 능력이 떨어진다. 뇌가 내보내는 찌꺼기 중 ‘베타 아밀로이드’라는 단백질 찌꺼기가 있는데 이것이 과도하게 쌓이면 치매가 조장된다. 따라서 뇌척수액의 압력이 증가하면 치매가 더 빠르게 진행되는 나쁜 환경이 만들어진다.

측두부 통증의 원인 중 상당수가 경추 때문이라는 것은 잘 알려져 있으나, 후두부(後頭部·뒷머리) 통증 원인은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학자들은 ‘이 부위 통증도 경추관 협착증의 일환이며, 뇌척수액 압력 증가로 흐름이 저하돼 두통까지 발생한다’고 주장한다.

앞서 언급했듯이 좌우 측두부 두통은 상부 경추를 지지하는 관절 문제인 경우가 흔하다. 이 경우에는 목의 운동 범위가 감소한다. 후두부(뒷머리) 통증은 경추가 노화되면서 협착이 일어나 뇌척수액 흐름을 방해하면서 나타난다. 이는 치매와도 객관적인 상관관계가 있다고 주장하는 논문이 있다.

정리하자면 두통, 목의 뻣뻣함, 팔에 힘이 빠지고 저린 증상은 단순히 경추 협착뿐만 아니라 뇌의 퇴화와 관련이 높다. 이 때문에 꼭 제때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 이는 어쩌면 치매를 예방하는 좋은 방법이 될 수도 있다. 또한 이런 환자들은 고지혈증·당뇨·고혈압 등 기저질환 관리를 철저하게 해야 한다.

위와 같이 내가 두통의 원인을 정확하게 밝혀주고 적절한 치료법까지 제시하자 그 환자는 그제야 불안감에 꼭 쥐었던 아내 손을 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