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반 기능이 떨어지면 ▲오줌이 자주 마렵고 ▲밑이 무거운 느낌이 들고 ▲성행위 중에 통증도 느낄 수 있다. 이를 ‘골반바닥근육장애(Pelvic Floor Dysfunction)’라 한다.

/게티이미지뱅크

지인(知人)이 식사하자고 불러서 나가 보면 종종 몸이 아픈 분과 함께 온 경우가 있다. 이런 조용한 식사 자리에서는 이것저것 자연스럽게 묻고 대답해 오히려 병원보다 더 편할 수 있다. 환자의 개인적인 사정, 또는 말 못 할 비밀이라 병원에서는 의사라도 대놓고 물어보기 어려운 질문들이 있기 때문이다.

이날 지인이 모셔온 환자는 50대 초반의 여성으로, 성교통(성교 도중 발생하는 통증)과 소변이 자주 마려운 증상을 호소했다. 내로라하는 의사들에게 이런저런 검사까지 다 받아봤지만 끝내 원인을 밝혀내지 못했다고 한다. 내가 대뜸 “허리나 골반이 아프지 않으냐”고 묻자 “허리와 엉덩이는 늘 아파서 특별히 병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대답했다. 나는 “다른 이상이 없다면 지금 증상은 허리 통증과 연관이 있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그러자 그 환자는 “그런 얘기는 처음 듣는다”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의사인 드포어(Sine ad Dufour) 등은 2018년에 발표한 논문에서 ‘실험에 참여한 허리·엉덩이 통증 환자 중 95%가 일종의 골반바닥근육장애를 앓고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 이들 중 71%는 골반바닥근육을 누를 때 긴장이 되면서 심한 통증이 나타났고, 66%는 골반바닥근육에 힘이 빠진 상태였고, 41%에서는 골반 안에 있는 장기(臟器)의 탈출 현상이 발견됐다. 즉 허리·엉덩이가 아프면 골반바닥근육에 문제가 생겼을 확률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나는 중년 환자들이 내원(來院)하면 소변이 자주 마렵지는 않은지, 밑이 무겁지는 않은지 꼭 확인하고 ‘장요근(腸腰筋)’이라는 배 안쪽 근육 두께를 체크한다. 장요근이 약해진 사람의 골반바닥근육이 튼튼할 리 없기 때문이다. 허리가 아프면서 자궁·방광 같은 장기들이 밑에 매달려있거나, 무거운 느낌이 동시에 든다면 MRI 촬영으로 장요근 굵기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만일 산부인과나 비뇨기과 증상이 심하다면 해당 전문의와 상의해 골반 MRI까지 찍으면 도움이 된다.

‘정상’은 골반바닥근육에 이상이 없는 상태이고, 나머지는 골반바닥근육 약화로 각각의 장기가 탈출한 상태. /안강병원 제공

젊은 여성들의 골반바닥근육은 긴장이 강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점점 약화된다. 골반바닥근육장애는 나이와 연관성이 크다. 그러나 이런 증상을 오래 겪은 환자들은 지금 허리·엉덩이 통증과는 관계없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진료 시에 자세히 묻지 않으면 굳이 말하려고 하지 않는다. 물론 젊은 여성들도 예외는 아니다.

남자도 골반바닥근육이 긴장되거나 약하면 전립선비대증·방광·요로자극증상(배뇨 후 잔뇨감이 있다/소변 줄기가 끊어진다/소변 줄기가 약하다/소변이 금방 나오지 않고 힘을 주어야 나온다/배뇨 후 2시간 이내에 다시 소변이 마렵다/소변이 마려울 때 참기 어렵다/성기 부위가 아프다/소변을 눌 때 따갑지만 감염은 아니다) 등이 같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정확하게 진단받아야 한다.

허리나 골반 통증도 동반한다면 더더욱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다양한 치료법이 있으나 스테로이드 주사 등으로 잠시 증상을 호전시키는 것은 근육이 약화된 상태라서 장기적으로는 더 안 좋을 수 있다. 결국 무엇이든지 살리는 치료법을 선택해야 한다. 골반바닥근육 약화에는 ‘케겔 운동법’이 좋다. 이 운동 방법은 잘 알려져 있으며, SNS 등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나는 이에 더해 다른 운동법을 권장한다. 항문과 성기 사이에 골프공을 끼우고, 보폭을 넓게 해서 걷는 방법이다. 골프공이 빠지지 않게 하려면 아랫배에 힘을 주고 골반바닥근육도 긴장시켜야 한다. 이런 상태로 하루 한 시간 정도 걸었더니 2~3주 후 증상이 호전됐다는 분들이 많다. 소변 문제에서 자유롭고 싶다면, 그리고 건강한 성생활을 원한다면 중심 근육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골반바닥근육 처짐 자가진단법]

배꼽 위보다 아랫배가 더 나왔거나, 배꼽 아랫부분이 편평하지 않고 처졌다면

골반바닥근육이 약해진 상태이다.

단전호흡이나 케겔 운동 등으로 특별하게 관리하지 않으면

나이 들수록 골반바닥근육은 더 처질 위험성이 높다.


일상을 괴롭히는 발·다리 저림… 보폭 10㎝ 더 넓게 걸어보세요

유튜브 ‘의사와 대화하는 여자’

TV조선 이진희 아나운서와 통증 전문가 안강 원장님이 함께하는 ‘의사와 대화하는 여자(의대녀)’가 이번엔 우리 일상을 괴롭히는 발·다리 저림에 대해 알아봅니다.

‘의대녀: 의사와 대화하는 여자’ 유튜브 채널.

지속적인 저림과 마비는 대부분 신경 문제이지만, 드물게 혈관 때문에 발생할 수도 있다고 합니다. 가장 쉬운 예방법 중 하나는 10㎝ 정도 보폭을 더 넓게 걷는 것이라고 하는데요. 이번 영상에서는 발 저림·마비 원인과 다양한 일상 속 예방법에 대해 알아봅니다.

‘의대녀: 의사와 대화하는 여자’ 발 저림·마비 원인과 다양한 일상 속 예방법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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