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촌공사(KRC)는 지난달 16일 ESG 경영 체제를 중심으로 한 경영선포식을 열었다. ‘농어촌愛 Green 가치 2030’이 비전으로 제시됐다. ESG는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를 뜻한다. 비재무적 요소다. 지속가능한 기업을 만들기 위해 이윤 추구 이외에 이런 요소들을 고려한 경영을 펼치겠다는 것이다. 김인식 농어촌공사 사장은 1일 “재무적 성과만을 판단하던 전통적 방식과 달리 장기적 관점에서 기업 가치와 지속가능성에 영향을 주는 비재무적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2018 어도사진공모전’에서 장려상을 받은 조훈도 작가의‘상생의 길’. 장소는 전남 장성군 황룡강이다. /한국농어촌공사 제공

◇”2030년까지 온실가스 264만t 감축”

세계적으로 탄소 배출 줄이기를 비롯한 환경 문제는 주요 이슈로 떠올랐다. 농어촌공사는 이에 따라 녹색사회, 포용사회, 투명사회를 핵심 가치로 삼고 전국의 농어촌을 위한 ESG경영을 추진한다. 오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264만t 감축을 목표로 농업생산 기반시설을 활용한 재생에너지 사업을 확대한다.

벼 재배 물관리 방식 개선으로 농업 온실가스를 줄일 계획이다. 전국 167개 시·군에 흩어진 511곳의 농업용수 공급 지역을 대상으로 기후변화 취약성을 평가한다. 이를 토대로 가뭄·홍수에 대비하고 수질을 개선한다. 기후환경 영향평가 제도를 도입해 사업계획 단계부터 전 과정에 거쳐 온실가스 감축에 나선다. 또 농어촌 생태복원력을 높이기 위해 야생동식물 서식지를 복원하고 물고기가 다니는 길을 고친다. 깨끗한 용수 공급을 겨냥해 수질측정망을 강화하고 친환경 지하댐을 만든다.

◇100년을 준비하는 ‘KRC 농어촌 뉴딜전략’

농어촌공사는 올초 농어촌의 100년을 준비하는 ‘KRC 농어촌 뉴딜전략’을 발표했다. 환경 부문에서 앞서 언급한 농어촌 탄소중립을 선도하는 에코 전략과 친환경·그린에너지 확산 계획이 포함됐다. 이밖에 생산기반 정비, 농어촌 용수관리, 농지은행, 지역개발 4대 핵심 사업을 전략적으로 추진키로 했다.

농어촌공사는 “코로나 확산과 기후위기를 계기로 식량안보의 중요성과 저밀도·친환경이라는 공간적 가치가 주목받게 됐다”며 “정부의 한국판 뉴딜 정책에 발맞춰 농촌과 농업과 어촌과 어업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위기에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농어업 생산기반 조성 사업 중 하나인 농지범용화는 미래 농업의 필수로 꼽힌다. 농지범용화를 통해 한 땅에서 논농사와 밭농사가 가능해진다. 논에 물 빠짐을 원활하게 하는 배수시설을 설치하면 논은 밭작물·특용작물 재배, 시설하우스 설치가 가능한 밭으로 변신한다. 일본은 1970년대부터 농지범용화 사업을 추진해왔다. 일본 전체 논 면적 중 밭작물 재배가 가능한 면적이 전체 45%에 이른다.

우리나라는 쌀 소비량이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쌀 대신 다른 작물에 대한 수요가 높아져 농지범용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실제 1970년 1인당 연간 136.4㎏의 쌀을 소비했다. 50여년이 흐른 2019년 1인당 쌀 소비량은 59.2㎏로 크게 줄었다. 농지범용화 사업이 성공하면 밭작물을 선호하는 청년 농부 유입에도 도움이 될 전망이다. 벼 하나일 때보다 밭작물을 재배했을 때 소득이 최대 3배 높다. 농어촌공사는 현재 200㏊ 규모의 범용농지를 오는 2030년 80배 많은 1만6113㏊까지 늘릴 계획이다.

한국농어촌공사가 주도한 스마트팜에서 키우는 상추.

◇새만금에 2조1565억 투자 유치

앞서 농어촌공사는 국내 최대 간척지 새만금을 한국판 뉴딜 핵심 공간으로 바꾸기도 했다. 새만금 산업단지에 2조 1565억원 규모의 투자를 이끌어냈다. 이후 디지털·그린 뉴딜 인프라를 조성하고 지역주민 참여형 재생에너지 공모사업인 ‘새만금 햇빛나눔 사업’을 추진했다. 73MW 규모의 재생에너지 생산으로 20년간 지역 주민에게 소득 220억원이 발생하게 했다. 또 2200명의 일자리를 만들었다.

이밖에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해 지난해 배수장 내 스마트 재해대응 시스템을 도입했다. 긴 장마로 인해 하천수위가 상승할 경우 배수장의 원격 가동으로 즉각적인 대응이 가능한 시스템을 갖춘 것이다. 또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활용한 스마트농업 확대를 목표로 스마트팜 거점단지 4개 지구(120ha)를 조성하고 있다. 청년 창업농 교육과정을 통해 지난해 208명의 스마트농업 인력을 육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