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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을 파는 연예인.’ 대입 일타강사를 빗댄 말이다. 이들은 수험생을 가르치며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와 부를 누린다. 코로나19 여파로 온라인 교육 수요가 커지며 인터넷 강의(인강)를 진행하는 일타강사의 입지는 더욱 넓어지는 상황. 대학생들도 일타강사의 꿈을 안고 사교육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서울 3대 학군서 ‘하드 트레이닝’

사교육계 진출을 꿈꾸는 대학생들이 향하는 곳은 주로 ‘서울 3대 학군’인 대치동·목동·중계동이다. 학원 간 경쟁이 치열해 허투루 가르치면 살아 남을 수 없는 동네들이다. 대치동에서 학원을 운영 중인 A씨는 “학원 규모와 관계없이 대한민국 입시의 최전선에서 싸워 본 경험은 강사 일을 할 때 ‘훈장’처럼 여겨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드 트레이닝을 받기에 최적의 장소인 만큼 보조교사 모집 공고만 떠도 순식간에 대학생들이 몰린다”며 “아르바이트 자리라도 강사를 뽑듯이 신중하게 지원자들을 평가한다”고 덧붙였다.

3대 학군에 진입했다면 일타강사로 나아가는 예선전은 통과한 셈이다. 서울 소재 대학 국어교육과 4학년 윤모씨는 여기에 유명 학원에 출강하는 강사의 조교로 일하며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가고 있다. 퇴근 후에는 자체 교재를 만들거나 인강을 보며 선배 강사들의 화법, 제스처 등을 연구하기 위해 컴퓨터 모니터 앞에 앉는다. 윤씨는 “일주일 내내 강사 준비를 하는데 생각보다 만만치 않다”며 “체력적인 부담과 정신적인 스트레스도 있지만 꿈에 투자하는 시간이라 생각하며 견딘다”고 말했다.

일부는 편입이나 대학원 진학에 눈을 돌린다. 학벌은 고고익선(高高益善)이라는 생각에서다. 서울 중위권 대학 공대 3학년 정모씨가 그런 경우다. 정씨는 “학부모 사이에 공부도 해본 사람이 더 잘 가르친다는 인식이 있다”며 “SKY(서울대·고대·연대)는 나와야 공부법이나 시간관리 같은 조언을 할 때도 학생들이 더 잘 받아들인다”고 했다.

◇억대 연봉, 임용 절벽 등 인기에 영향

입시업체 관계자들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온라인 사교육 시장이 확대되며 일타강사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진 것으로 해석했다. 고액의 연봉도 젊은 구직자들에게 매력적으로 작용했다. 메가스터디의 현우진(수학) 강사는 300억원, 이투스 소속 이지영(사회탐구영역) 강사는 100억원대의 연봉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강사는 최근 유튜브 채널을 통해 130억원에 달하는 통장 잔고를 공개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부동산과 펀드를 제외한 재산이었다.

서울의 한 일반대 교육학과에 재학 중인 강모(21)씨는 “동기들끼리 우스갯소리로 ‘공무원 연봉의 몇 배를 벌 수 있으니 교사 대신 강사를 하자’고 얘기한다”고 말했다.

대구 소재의 일반대 교육학과 2학년 이모씨는 “교사가 되려는 학생 수에 비해 교원 임용 비율이 높지 않다 보니 전문성을 살리기 위해 사교육으로 눈을 돌리는 친구들도 많다”고 했다. 그러면서 “학교생활기록부 기재나 시험 문제로 인한 갈등, 공무원 사회의 폐쇄적인 조직 문화도 학원 강사가 되려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성과 경쟁의 무한 반복

그러나 학원업계 관계자들은 일타강사에 대한 이미지가 일부 미화되고 부풀려졌다고 우려한다. 연봉이 그중 하나다. 흔히 알려진 연봉 100억대 스타강사는 상위 0.1% 미만. 나머지는 업무 강도에 비해 월급 수준이 높지 않다는 게 이들의 이야기다. 대형 입시학원 관계자 B씨는 “같은 업체 소속 강사라도 인기가 없거나 신입급은 일 년에 3000만원 정도를 받는다”고 말했다.

더욱이 최근에는 실적과 무관하게 지급되는 고정급 비율을 줄이고 성과급 위주로 임금 체계가 바뀌는 추세다. 운영자 입장에서 고정급 비중이 크면 코로나19 사태 같은 위기 상황에서 경영난에 허덕일 수 있어서다. A씨는 “고정급 비율이 절반 이하인 학원도 상당수”라면서 “피 마르는 성과 경쟁에 치여 강사 일을 접고 일반 회사로 가는 사람들도 많다”고 털어놨다.

대형 입시학원에서 일하는 C씨는 “강의력, 교재와 커리큘럼의 완성도, 친근한 외모, 대중을 사로잡는 입담 외에 요즘에는 학생들과의 소통을 위한 SNS 관리 능력도 필요하다”며 “학령인구가 줄며 강사 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웬만한 각오로는 이 업계에서 살아남기 어렵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