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윤미향 의원은 14일 검찰이 자신을 불구속 기소한다는 내용의 수사 결과를 발표하자 “석 달 동안 성실히 수사에 임했고 충분히 해명했는데도 기소를 강행한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했다. 윤 의원은 “검찰이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를 또 욕보였다”고도 했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의기억연대 전신)가 2012년 8월 현대중공업으로부터 지정기부금 10억원을 받아 2013년 9월 7억5000만원에 매입한 경기 안성시 금광면 '평화와 치유가 만나는 집'. 검찰은 정대협이 이 쉼터를 시세 확인 없이 고가에 매입했다는 이유로 당시 이사장이던 윤미향 의원을 기소했다. /고운호 기자

윤 의원은 이날 “저의 사건으로 국민에게 심려를 끼쳐 송구하다”면서도 검찰이 자신에 대해 적용한 혐의를 조목조목 반박했다. 그러면서 “재판에서 저의 결백을 증명하겠다”고 했다. 또 “앞으로 국회의원으로서 역할에 충실하고, 국난 극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의혹이 처음 불거졌을 때와 마찬가지로 ‘의원직을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야당에선 “윤 의원의 혐의가 횡령·배임을 포함해 8개나 되는데, 무조건 사실이 아니라며 부인하는 것은 뻔뻔한 태도”라는 지적이 나왔다.

윤 의원은 이날 오후 입장문에서 “검찰은 제가 (위안부 후원금) 모금에 개인 명의 계좌를 사용한 것이 업무상 횡령이라고 주장하지만, 모금된 금원은 모두 공적인 용도로 사용됐다”며 “윤미향 개인이 사적으로 유용한 바 없다”고 했다. ‘국고 보조금 부정 수령’ 혐의에 대해선 “정해진 절차에 따라 보조금을 수령하고 집행했다”고 했다. 검찰은 윤 의원이 허위 신청으로 각종 보조금을 부정 수령했고, 모금한 돈 1억원을 개인 용도로 사용했다고 보고 있다.

윤 의원은 중증 치매를 앓고 있는 위안부 피해자 길원옥 할머니가 ‘여성인권상’ 상금을 정의연에 기부하게 했다는 ‘준(準)사기’ 혐의에 대해선 “할머니의 정신적, 육체적 주체성을 무시한 것”이라며 “검찰은 위안부 피해자를 또 욕보인 주장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

윤미향 혐의 내용. /그래픽=김하경

윤 의원은 자신의 혐의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 ‘적법 절차를 거쳤다’고 하면서도 구체적 증거를 제시하진 않았다. 그러면서 “오늘 수사 결과 발표가 위안부 문제 해결 운동의 30년 역사와 대의를 무너뜨릴 수 없다”고 했다.

민주당은 이날 당 차원의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다. 최인호 수석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윤 의원이) 기소됐기 때문에 당헌당규상 취할 수 있는 것이 있는지 (살펴보겠다)”라고만 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윤 의원이 당직을 맡고 있지 않고 재판 결과가 나온 것도 아니기 때문에 당장 징계 처분을 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했다.

윤 의원의 ‘성금 유용 의혹’이 제기됐을 당시 윤 의원을 적극적으로 옹호했던 민주당 의원들도 이날 침묵했다. 윤 의원에 대한 의혹이 처음 제기된 지난 5월 민주당 의원들은 “친일, 반인권, 반평화 세력이 역사의 진실을 바로 세우려는 운동을 폄하하려고 공세를 펼친다”고 주장했었다. “위안부의 역사적 진실을 찾는 기나긴 여정에 인생을 바친 윤미향 당선인마저 공금횡령범으로 조작해서는 안 된다”고 했던 김두관 의원은 이날 “(재판 결과를) 지켜볼 것”이라고만 했다.

정의기억연대도 이날 침묵했다. 입장문을 내지도, 전화를 받지도 않았다. 그간 정의연은 언론이 자신들과 윤 의원에 대해 제기한 의혹 대부분을 “악의적 왜곡 보도와 허위 보도”라고 주장했었다. 길원옥 할머니의 통장에서 정의연 관련 단체로 뭉칫돈이 빠져나갔다는 지난 6월 본지 보도에 대해선 “'불법'으로 얼룩진 보도”라고 했고, 8일에는 “허위 사실에 기초해 정의연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했다”는 이유로 본지 등에 총 1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의연은 이날 본지 취재에 일절 응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