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일생을 살면서 한번 이상 허리 통증을 경험하게 됩니다. 대부분 통증은 간단한 치료로도 호전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어떤 통증은 제때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근력 저하라는 후유증을 남길 수 있습니다. 왜 우리는 허리 통증을 달고 살아갈까요?

허리는 몸의 든든한 기둥이자 움직이는 관절의 역할을 동시에 합니다. 기계를 오래 쓰면 마모되고 손상되듯, 몸도 20대가 넘으면 퇴행성 변화가 시작됩니다. 퇴행성 변화로 약해진 허리에 무거운 물건 들기, 과체중, 흡연, 과음, 나쁜 자세 같은 생활 습관이 더해지면 허리 건강이 더 악화됩니다. 직장 생활이 바쁘면 몸이 회복할 시간도 부족합니다. 운동량이 부족하고 유연성도 감소하면서 통증은 더 쉽게 발생합니다.

허리는 5개의 요추뼈로 이뤄져 있습니다. 허리뼈 배 쪽에는 추간판(디스크), 등 쪽에는 좌우 한 쌍의 후관절이 연결돼 있고 그 사이에 신경이 지나는 통로가 있습니다. 허리뼈 주변에는 인대와 근육이 단단하게 고정돼 움직임을 만들어 줍니다. 퇴행성 변화는 주로 추간판에서 시작합니다. 추간판 탄력이 줄면서 충격에 취약해집니다. 추간판이 약해지면 후관절에도 부담을 줍니다. 이런 변화가 인대와 근육에 나쁜 영향을 주면서 통증이 생깁니다. 하지만 이 단계에서는 생활 습관 교정, 운동치료, 스트레칭, 약물치료, 물리치료만으로도 증상이 좋아질 수 있습니다. 문제는 그다음입니다.

허리뼈 가운데는 다리와 방광, 대장으로 가는 신경이 지나는 통로가 있습니다. 이것을 척추관(신경관)이라고 부릅니다. 퇴행성 변화로 추간판이 약해진 상태에서 과한 압력을 받으면 디스크 내부 수핵이 척추관으로 터져 나와 신경을 압박하고 염증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이를 ‘추간판탈출증(디스크)’이라고 합니다. 극심한 허리 통증과 하지 방사통이 발생하고, 심한 경우 대소변 장애까지 동반될 수 있습니다. 또 오랜 퇴행성 변화로 추간판이 돌출되고, 뒤쪽 후관절과 인대가 두꺼워지면서 신경이 지나는 통로가 좁아지기도 합니다. 이것을 ‘척추관 협착증’이라고 합니다. 만성적인 허리·다리 통증이 발생하고 다리가 저려 보행 거리가 짧아지는 것이 특징입니다. 물론 두 질환도 90% 이상은 수술 등 침습적 치료 없이 호전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극심한 통증이 지속되거나, 근력 저하, 감각이상, 대소변 장애가 동반된 경우 치료 시기를 놓치면 후유증이 남을 수 있습니다.

추간판탈출증<왼쪽> 환자와 척추관협착증<오른쪽> 환자의 측면 MRI 사진. /서울바른병원 제공

허리는 치료가 까다롭습니다. 계속 움직이고 무거운 몸을 지탱하고 있기 때문에 치료 후에도 통증이 재발할 우려가 큽니다. 그래서 치료를 결정할 때는 신중해야 합니다.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원칙을 따르면 좋습니다. 첫 번째는 정확한 진단을 받고 통증의 원인을 정확하게 아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단계별 치료입니다. 중등도 통증의 경우에는 보존적 치료(약물·물리·운동)로도 충분히 증상이 호전될 수 있습니다. 먼저 간단한 치료를 시행하고 통증이 지속되면 추가 치료를 합니다. 하지만 아주 극심한 통증이나 마비가 동반된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초기부터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합니다. 세 번째는 보존적 치료를 우선해야 합니다. 허리는 계속 움직이기 때문에 다시 통증이 발생하기 쉽습니다. 수술과 같은 침습적 치료는 척추의 불안정성을 동반해 또 다른 통증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정상적인 구조물을 최대한 유지할 수 있는 치료를 우선 하는 것이 좋습니다.

수술적 치료는 신중하게 결정해야 합니다. 허리 수술은 합병증이 동반될 수 있으므로 수술 목적이 분명하고 수술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득이 합병증에 의한 위험보다 크다고 판단될 때 시행합니다. 하지만 합병증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으로 만성 통증과 근력 저하, 감각 이상, 보행장애 등이 있는데도 치료를 미루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 심한 후유증이 남고, 전반적인 건강을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양방향내시경치료 등 다양한 척추 치료 방법이 시행되고 있습니다. 합병증이 적으면서도 좋은 치료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고령 환자들도 좋은 결과를 보입니다. 그러니 통증을 참지 말고 적극적인 치료를 받으시길 바랍니다. 치료에 앞서 정확한 진단을 받기 위해 척추 분야 전문가와 상의하는 것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