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은 광역시 승격 이후 지역내총생산(GRDP) 전국 1위인 부자도시다. 그러나 개인소득은 2017년과 2018년 서울에 1위를 내줬고, 조선업 불황 등 전통 제조업의 침체로 변화가 절실해졌다. 그런 울산이 새 미래를 그리고 있다. 반도체·인공지능(AI)·미래차·친환경에너지 등을 다루는 첨단산업 도시로 태어나겠다는 야심찬 포부다. 전국 최초 수소 트램과 하늘을 나는 차, 세계의 여러 도시를 자유자재로 다니는 무인 수소 선박 등을 만들어 내는 도시가 울산이 요즘 그리고 있는 미래상이다.

산업수도 울산이 전통 중화학, 제조업 도시에서 미래차, 수소에너지, 바이오 헬스 등 첨단산업도시로 산업체질을 바꿔가고 있다. 울산 남구 석유화학단지와 동구 울산대교 전경.
문재인 대통령과 송철호 울산시장, 정의선 현대차 그룹회장 등이 지난10월 30일 울산 북구 현대차 울산공장을 방문해 3D프린팅으로 만든 UNIST의 미래형 모빌리티 연구 성과물을 둘러보고 있다. /울산시 제공

◇세계 최대 미래차·수소도시로 거듭나는 울산

지난 11일 울산 자동차 협력업체들에게 낭보가 날아들었다. 울산이 전국 최초로 ‘수소전기차 안전인증센터’를 유치했단 소식이었다. 국토부가 270억원을 들여 구축하는 이 센터는 수소전기차의 안전성을 인증하는 일을 한다. 그동안 수소 분야로 사업다각화를 하고 싶었지만 인증기관이 없어 어려움을 겪었던70여곳 지역 기업들에겐 상서로운 눈 같은 소식이었다.

울산시는 2030년까지 수소 전기차 6만 7000대를 보급하고, 수소충전소를 60개소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국내 1호 수소도시인 울산은 이미 국내 최대 수소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다. 전국에 있는 총 37곳의 수소충전소 중 가장 많은 9곳이 울산에 있다. 내년엔 태화강역에 수소 버스와 수소 전기차를 충전하는 대규모 충전소도 짓는다.

울산이 이처럼 국내 최대 수소인프라를 확보할 수 있었던 건 수소 이송 인프라도 잘 갖춰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수소 모빌리티 규제자유특구’로 지정되면서 수소연료전지 무인운반차·지게차·선박 및 고효율 수소공급 시스템 등 다양한 운송수단을 개발·실증하고, 사업화도 진행하게 됐다.

울산시는 국내 최초로 수소전기트램도 선보일 계획이다. 수소전기트램은 수소를 연료로 만든 전기로 움직이는 노면전차다. 울산시는 내년부터 4년간 329억원을 들여 현대로템과 수소 트램의 실증과 상용화를 추진한다. 현대로템은 95㎾ 자동차용 수소연료전지를 우선 적용해 1회 충전으로 최고 시속 70㎞로 150㎞ 주행이 가능한 수소전기트램 개발에 나서고 있다.

◇도심 항공 모빌리티 특구 지정 추진

땅에 수소전기차, 수소트램이 달린다면 하늘엔 수소자동차가, 바다엔 무인수소 선박이 다니도록 하겠다는 게 울산의 꿈이다. 울산시는 이 같은 구상을 현실화할 ‘도심 항공 모빌리티(UAM·Urban Air Mobility) 특구’ 지정도 추진중이다. 플라잉카 또는 개인 비행체로 불리는 도심 항공 모빌리티는 항공기와 달리 수직으로 이착륙한다. 산업부는 지난해 2025년이면 플라잉카 실용화한다고 밝혔다.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2040년까지 이 시장 규모가 1조5000억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을 정도로 잠재력이 크다.

울산시는 태화강역 인근에UAM이 이착륙하는 기지를 설치할 계획이다. 울산발전연구원도 미래형 개인 비행체 산업을 육성하는 방안을 연구중이다. UNIST는 자율주행 개인 비행체(Personal Air Vehicle) 핵심 부품 실용화 플랫폼 구축 사업을 추진 중이다.

울산시는 울산대학교와 지난 7월부터 ‘차세대 수소추진선박 안전 환경 통합 플랫폼’ 구축을 위한 사전 조사를 시작했다. 수소선박 핵심 설비의 고장률을 낮추고 온실가스 배출이 전혀 없는 친환경성을 갖춘 수소선박 제작을 위한 기준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울산대는 조사가 마무리되면 수소선박 기본 설계,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 등을 적용한 수소선박 안전플랫폼, 설비 진단과 고장 예측 시스템 등을 구축해 세계 선박 시장을 주도한다는 구상이다.

최근 1년새 새롭게 지정된 6개의 특구·단지는 울산을 혁신할 열쇠가 되고 있다. 가장 최상위 개념인 울산경제자유구역은 규제 완화, 국내외 투자기업에 대한 조세와 부담금 감면, 외국인학교, 병원 설립 특례를 제공한다. KTX울산역 인근에 들어서는 ‘R&D비즈니스밸리’는 여러 번 충전해 서 쓸 수 있는 2차전지 등 배터리 중심 산단인 하이테크밸리 일반산단과 연계됐다. 2차 전지에서 기술력을 확보한 삼성 SDI, 현대차, 고려아연 등 지역 대기업과 전지혁신산업 클러스터도 구축할 수 있게 됐다. 송철호 울산시장은 “산학협력을 통해 미래기술을 산업현장에 빠르게 적용하는 한편 기업에도 최적의 경영여건을 제공해 침체한 경제를 살려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