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소문 형식으로 문재인 정부의 실정(失政)을 비판한 필명 ‘진인 조은산’의 ‘시무 7조’ 상소문에 이어, 조선시대 집단 상소인 ‘만인소(萬人疏)’를 패러디한 글까지 31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왔다.

이 글은 "진인 조은산을 탄핵하는 영남만인소"라는 제목을 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문재인 정부의 실정을 비꼬는 내용이다. "경상도 산촌에 은거한 미천한 백두"라고 자신을 소개한 청원자는 "은산은 '세금을 감해 달라'는 망령된 요구를 하면서, 이 나라의 조세 제도가 육참골단의 고통으로 전락했다고 비방하고 있다"며 "황상폐하(문 대통령)께서 즉위하신 이래 '부자에게는 세금을 더 때리고, 서민에게 복지를 폭포수처럼 퍼부어' 백성들은 입을 모아 격양가(태평성대를 찬양하는 노래)를 부르며 황상폐하의 은혜를 찬양하고 있는데 오로지 편협한 논리와 헛된 이론으로 세금을 탕감해달라는 주장은 가히 가소롭기 그지없다"고 했다.

청원자는 이어서 "세금을 거두어 황상폐하께서 혼자서 쓰신 것도 아니다. 지난 봄의 총선에서는 자칫하면 환국(1당 교체)이 있을 수도 있었던 절체절명의 순간에 황상폐하께서 은혜를 베푸시어 거금 일백만냥씩을 재난지원금으로 집집마다 가리지 않고 하사하시니 온 백성이 기뻐 날뛰며 모두 황상폐하의 은혜에 보답하며 몰표를 던진 전례가 있지 않사옵니까"라고 했다.

부동산 실정에 대해서도 청원자는 "황상께옵서 김의겸을 승지(청와대 대변인)로 임명해 가까이 두시고 내금위 호위무사들의 숙소(경호처 직원 숙소)마저 내주시니 김의겸은 영끌의 귀재답게 돈을 모아 흑석동의 건물을 사들여 수십억냥의 이득을 취했다고 알려졌다. 비록 김의겸은 승지에서 물러났으나 황상폐하의 은덕으로 그의 수중에 돈은 고스란히 남았으니 이 또한 황상폐하의 은공이 아니겠습니까"라고 했다.

또 "도승지(청와대 비서실장) 노영민은 똘똘한 강남의 한 채를 남기려다 그것마저 황상의 뜻을 받들어 오두막집 한 채도 없이 팔아버린 그야말로 황상폐하의 눈 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어여쁜 신하"라며 "이제 그가 조선 천하에 머물 집도 없으니 어찌 대궐에서 내칠 수 있겠습니까"라고 했다.

문재인 정부의 여러 정책에 대해서도 "황상께서 즉위하신 연후에 시행에 들어간 비정규직 철폐, 최저임금 인상, 소득 주도 성장 정책은 적어도 20년 세월이 흘러야 그 효과가 눈에 띄는 장기적 안목을 갖춘 시책"이라며 "이해찬 옹(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께서 폐하의 치세가 20년을 이어 집권해야 한다고 설파하신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라고 했다. 또 "은산은 황상폐하께서는 언제든 적당한 지지율을 만들 수 있는 위력이 능히 있음을 알지도 못하면서 현재 황상께서 지지율에 연연하시는 것으로 알고 허언을 망발하고 있다"고 했다.

이 청원은 31일 현재 비공개 처리돼 있으나, 800여명이 동의한 상태여서 조만간 다시 공개될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