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아베 총리가 28일 사의를 표명했다. 지병 악화 때문이라고 한다. 2007년 1차 집권 때도 같은 병으로 사임한 전력이 있다. 아베는 지난 24일 연속 재임 2799일을 기록하며 일본 역대 최장수 총리가 됐다. 아베는 일본 내 혐한 분위기를 정치에 이용해왔다. 그것이 다시 혐한을 일으키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그는 일제의 침략 전쟁을 사실상 정당화하면서 총리직을 수행하기 시작했다. A급 전범들이 합사된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는 도발을 자행했다. 중국인과 미국·영국·호주·네덜란드 포로를 지목해 사과하면서도 한국에 대해선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2016년 일본군위안부 피해자들에게 사죄 편지를 보낼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털끝만큼도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2018년 말 우리 구축함과 일본 초계기 대치 논란이 불거지자 아베는 일본 초계기가 찍은 영상을 TV로 공개했다. 실무진 반대를 무시했다고 한다. 한·미·일 안보 공조를 위해 과거 물밑에서 해결하던 일을 끄집어내 키운 것이다. 우리 대법원의 일제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해선 "국제법 위반"이라며 전에 없던 무역 보복으로 대응했다. 아베는 국내 정치 위기 때마다 '한국 때리기'를 노골적으로 이용했다. 자신이 주재한 오사카 G20 정상회의에서 한국과만 정상회담을 하지 않았고 한국 인사들 면담 때 자신보다 낮은 소파에 앉히기도 했다.

일본 정치인들 중엔 과거에도 아베 같은 인물들이 있었다. 그러나 일본 내 다수 여론이 이들을 제어했다. 하지만 최근엔 오히려 아베 같은 인물이 인기를 얻는다. 한국의 사죄 요구에 대한 일본 대중의 피로도가 높아진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이 반일(反日)을 국내 정치에 이용하면서 '혐한'이 대세가 되고 말았다.

한·일 양국은 서로 이사 갈 수 없는 지정학적 숙명 관계에 있다. 북핵과 중국 패권의 위협 등 공동으로 대처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관계 회복이 늦어지면 양국 모두에 득이 될 수 없다. 다음 일본 총리는 '혐한 정치'를 하지 않아야 한다. 우리 정부도 '반일 정치'의 유혹을 떨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