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의 이희숙 대표 부고 기사의 온라인판.

"매콤하고 붉은 소뼈 육수에 김이 모락모락 나는 순두부찌개. 이희숙의 레시피는 남편에게도 비밀이었다. 그는 남편과 어린 아들들이 잠든 사이 부엌에서 양념 실험을 하며 긴 밤을 보냈다. 두부는 숟가락이 아니라 혀에서 녹을 정도로 부드럽다. 고춧가루는 국물에 딱 좋은 화끈함을 더한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27일(현지 시각) '북창동 순두부'(BCD Tofu House) 창업자인 재미교포 고(故) 이희숙(본명 홍희숙·’이’는 남편 성) 대표의 부고 기사를 실었다. 이 대표는 난소암 투병 끝에 지난달 18일 로스앤젤레스(LA)의 한 병원에서 61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뉴욕타임스는 "1996년 LA 코리아타운의 버몬트 애비뉴의 한 식당에서 시작된 북창동 순두부 체인은 현재 뉴욕을 포함한 미국 전역 12개 도시에 걸쳐 13개 지점에 이르게 됐다"고 전했다. 일부 매장은 늦은 밤까지 일하거나 하룻밤을 지낸 젊은이들을 위해 24시간 문을 열었다고 한다.

이 대표는 1959년 6월 서울에서 네 자매 중 둘째로 태어났다. 중학교 때 교사이던 아버지가 뇌졸중으로 쓰러진 뒤, 주부이던 어머니가 식당에서 설거지를 하거나 시장에서 물건을 팔며 가계를 이어갔다. 이 대표도 고등학교 졸업 후 살림에 보태기 위해 일을 시작했다. 자매 중에서도 책임감이 남다른 그에게 어머니가 "네가 우리 집 아들이다"라고 말할 정도였다고 한다.

이 대표는 1983년 변호사 이태로씨와 결혼한 뒤 자녀 유학을 위해 1989년 LA로 이주했다. 처음에는 생계를 위해 산타모니카대학의 그래픽 디자인 프로그램에 등록해 1994년 졸업했다.

순두부 음식점을 열겠다는 생각은 1990년대 중반 교회 예배를 보던 아들들의 배에서 ‘꼬르륵’ 소리를 들으면서부터 시작됐다고 한다. 예배가 끝나고 아이들이 길 건너편 순두부집에 가자고 조른 것이 계기가 됐다.

친척 할머니의 두부 음식점이 있던 서울 북창동에서 이름을 따왔다. 새벽같이 시내 도매시장에서 물건을 직접 고르며 사업에 매진했다. 서던캘리포니아대 의과대학 조교수가 된 아들 에디 리씨는 “어머니는 식탁에 내놓는 모든 것이 완벽해야 했다”며 “밥의 온도와 김치의 색깔, 두부 양념의 염도까지 신경 썼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는 "그의 요리는 미국에서 하나의 문화 현상이 됐다"고 평가했다. 한국에서 온 관광객뿐 아니라 고위 관리들, 스포츠 스타와 배우들도 식당을 찾았고, 24시간 영업에도 늘 대기 줄이 늘어섰다고 했다.

코로나바이러스 대유행이 닥치자 이 대표는 해고 직원들에게도 의료 혜택을 제공하고, 테이크아웃 주문을 받기 위해 남아서 일한 직원들에게 추가 수당을 주는 등 복지에도 애썼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