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전세 시장 불안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지난달 말 주택임대차법 개정 이후 매물 품귀 현상과 전셋값 상승 추세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가을철 이사 시즌에 '전세난'이 걷잡을 수 없이 심각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최근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기록적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27일 KB부동산 리브온에 따르면, 24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전주(前週)보다 0.4% 올랐다. 지난주(0.38%)보다 상승률이 더 커졌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1주일 새 0.4% 이상 오른 것은 전세난이 극심했던 2013년 10월 이후 딱 두 번이었다. 이달 10일 조사 때 0.41%가 오르더니 2주 만에 다시 0.4%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전셋값이 매주 0.4%씩 오른다고 가정하면, 연간 상승률은 20%가 넘게 된다. 2000년 이후 서울 전셋값이 1년에 20% 넘게 오른 건 IMF 외환 위기에 따른 주택 공급 감소로 전세 시장이 폭등했던 2001년(23.4%)이 유일하다.

같은 날 발표된 한국감정원 조사에서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0.11% 올라 61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그러나 정부 산하기관인 감정원 조사는 민간 기관인 KB부동산 조사 결과보다 상승률은 현저히 낮은 것으로 나왔다.

정부는 감정원 통계를 사용하겠다고 하면서 그 근거로 'KB는 호가 기준, 감정원은 실거래가 기준'이라고 했지만, 이는 틀린 얘기다. KB는 협력 중개업소에서 실거래가와 호가를 취합하는 방식이고, 감정원은 중개업소가 입력한 시세를 토대로 감정원 직원들이 '거래 가능한 가격'을 추정해서 통계로 만든다. 부동산 업계에선 통상 일선 중개업소의 호가 기준 시세가 가장 높고, KB 시세가 그다음, 감정원 시세가 가장 낮은 것으로 본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매매나 전세 모두 감정원 통계가 변동 폭이 작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시장의 변화를 제때 반영하지 못하는 약점이 있다는 것이다. 두 기관의 표본 숫자도 다르다. 감정원은 9400여 가구, KB는 3만4000여 가구를 표본 조사해 주간 통계를 만든다.

전세난과 서울 아파트 값 상승이 계속되는데도 청와대·국토부 등은 "부동산 시장이 안정화되고 있다"고 주장해 '현실 인식 괴리'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정부가 편리한 대로 통계를 취사선택하는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집값·전셋값 통계는 감정원 자료를 쓰면서, 대출 규제에는 KB 시세를 적용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지난 25일 국회에서 이 문제에 대한 지적이 나오자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앞으로 한국감정원 시세 중심으로 정리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