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작년 4월 카자흐스탄에서 문재인 대통령 주관으로 독립 유공자 유해 봉환을 하는 과정에서 독립 유공자의 유해를 한 달 가까이 유족의 자택에 임시 안치한 것으로 27일 알려졌다. 정부가 당초 이 행사를 총리 주도로 준비했다가 대통령 주관으로 바꾸면서 이 같은 일이 생겼다. 대통령 행사를 위해 독립 유공자의 유해를 정식 안치 시설도 아닌 유족의 자택에 장기 보관한 것은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작년 4월 21일 카자흐스탄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국제공항에서 열린 '국외 안장 독립유공자 유해 봉환식'에서 의장대가 계봉우·황운정 애국지사의 유해를 들고 공군 2호기에 오르고 있다. 행사 주체가 청와대로 바뀌면서 두 지사의 유해는 정식 안치 시설이 아닌 유족 자택에 한 달 가까이 임시 안치됐다.

국가보훈처가 이날 미래통합당 정진석 의원에게 제출한 '국외 안장 독립 유공자 유해 봉환' 자료에 따르면, 정부는 계봉우·황운정 애국지사의 유해 봉환 행사를 대통령 순방 기간인 작년 4월 21일 카자흐스탄의 수도 누르술탄에서 치렀다. 이를 위해 이미 화장 작업을 한 두 지사의 유해를 장기간 유족 자택에 임시 안치토록 했다. 카자흐스탄에 안장돼 있던 계 지사의 유해는 그해 3월 19일 파묘된 뒤 러시아에서 화장 작업을 거쳐 3월 28일부터 자택에 임시 안치됐다. 대통령 주관 유해 봉환 행사를 위해 유해는 25일 동안이나 유족의 자택에 보관됐다. 정부는 앞서 두 의사 말고도 여러 해외 애국지사의 유해를 봉환했는데 파묘·화장한 뒤 국내에서 봉영식을 여는 데까지 평균 4~5일의 시간이 걸렸다.

정부는 당시 행사를 대대적으로 선전하며 "문 대통령이 역대 대통령 중 처음으로 국외 현지에서 봉환식을 직접 주관했다"고 했다. 정 의원은 "계 지사 등의 유해가 장시간 자택에 임시 안치된 건 행사의 주체가 총리실에서 청와대로 바뀌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당초 두 지사는 총리 주관으로 4월 초 봉환돼 국립현충원에 안장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의 카자흐스탄 국빈 방문을 계기로 행사 주체가 청와대로 바뀌었다. 정 의원은 "애국지사들을 모시는 것보다 대통령 행사가 우선이었던 셈"이라고 했다. 보훈처는 "유족의 동의를 받아 일정을 변경한 것"이라고 했다.

유해 논란은 최근 청와대 주도의 행사에서도 있었다. 지난 6월 6·25 전쟁 70주년 행사 때 정부는 공중급유 1호기로 운구됐던 국군 유해 147구를 공중급유 2호기로 옮겼다. "행사를 위해 국군 유해가 소품 취급 당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자 청와대는 "코로나 방역 때문이었을 뿐 다른 의도는 없었다"고 했다.

하지만 현 정부의 유해를 대하는 태도는 미국의 사례와 비교됐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009년 아프가니스탄에서 전사한 미군의 시신을 새벽 3시에 맞이했다. 유해가 돌아오는 시간에 대통령이 일정을 맞췄고, 의장대도 음악도 없는 상황에서 오바마 전 대통령은 거수경례를 했다.

정부 안팎에서는 작년 카자흐스탄 행사와 올해 6·25 70주년 행사 모두 탁현민 의전비서관이 연관됐다는 얘기가 나왔다. 탁 비서관은 작년 행사 당시 대통령 행사기획 자문위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