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새 태블릿PC 갤럭시탭S7(이하 갤탭S7)은 지난 18일 사전 예약 첫날에 준비된 물량이 모두 팔렸다. 스마트폰이 아닌 삼성의 IT(정보기술) 제품이, 그것도 최대 130만원이 넘는 고가 제품이 사전 예약 첫날 완판된 것은 이례적이다. 삼성은 "전작인 갤럭시탭S6와 비교하면 10배 많은 판매량"이라고 밝혔다.

비단 삼성전자만의 현상이 아니다. '태블릿PC' 자체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해마다 세계 시장 출하량이 줄면서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던 태블릿PC다. 하지만 올해를 기점으로 인기가 반등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 사태를 계기로, 태블릿PC가 높은 성능과 큰 화면을 앞세워 화상회의·온라인수업·화상 면접을 위한 '비대면 필수품'으로 자리 잡고 있어서다.

삼성전자 갤럭시탭S7, 칼을 갈았다

IT 업계에서는 진작에 "이달 초 언팩(공개 행사)에서 선보인 '갤럭시 5형제'중 갤탭S7이 가장 기대된다"는 분석이 나왔었다. 스마트폰보다 태블릿PC에서 더 많은 혁신이 엿보였기 때문이다. 상위 모델인 갤탭S7플러스(+)는 대화면에 뛰어난 성뛰어난 성능과 사용성으로 애플의 '아이패드 프로' 시리즈와 경쟁할 만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삼성은 이전까지 11인치를 넘지 않던 태블릿PC의 디스플레이 크기를 S7+에서 12.4인치까지 키웠다. 이는 아이패드 프로4세대(12.9인치)와 비슷한 수준이다.

디지털펜인 S펜의 반응 속도도 전작보다 80% 높은 0.009초로 끌어올려 '애플 펜슬'과의 격차를 크게 좁혔다. 인터넷 화면을 내릴 때 끊김이 없도록 화면 주사율(1초당 화면에 나타내는 장면의 수)도 2배 높였다. 최신 칩세트인 '스냅드래곤 865+'를 적용해 앱을 3개 동시 구동해도 느려지지 않는다.

신종 코로나로 바뀐 생활양식에 맞춘 혁신도 눈에 띈다. 우선 화상회의를 편리하게 할 수 있게 카메라 배치를 바꿨다. 이전까지는 태블릿PC의 짧은 베젤(테두리) 쪽에 카메라가 있었는데, 갤탭S7은 긴 쪽 베젤의 상단에 카메라가 있다. 화상 회의나 온라인 수업을 할 때 기기를 가로로 놓고 쓰는 것을 고려한 것이다. 또 블루투스 게임 컨트롤러를 연결하면 마이크로소프트(MS)의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 '엑스박스 게임 패스 얼티밋'을 이용할 수 있다.

신종 코로나가 되살린 태블릿PC

갤탭S7의 초기 흥행은 신종 코로나 사태로 인한 비대면 수요 증가의 영향도 크다. 스마트폰 수요는 줄어든 반면 태블릿PC는 화상회의 수요 등으로 매출이 다시 늘고 있다는 것이다. 시장조사업체 카날리스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전 세계 태블릿 출하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6% 늘어난 3750만대에 달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2분기에 1년 전보다 39.2% 늘어난 702만4000대의 갤럭시탭을 판매했다. 업계 1위 애플(미국)도 같은 기간 아이패드 출하량이 20% 가까이 늘었다. 화웨이(중국), 아마존(미국) 등 주요 메이커들도 모두 태블릿PC 판매가 1년 전보다 증가했다.

태블릿PC 시장은 지난 2015년부터 매년 내림세였다. '화면이 큰 스마트폰'이라는 애매한 자리 매김 때문에 시장에서 외면받았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태블릿PC 시장 규모는 1억4410만대(출하량 기준)로 지난 2018년(1억4620만대)보다 1.5% 줄었다. 올해 역시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구글은 2018년 '픽셀 슬레이트 태블릿'을 선보인 이후 후속 모델을 내놓지 않았고, LG전자도 태블릿PC 생산을 중단했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가 태블릿PC에 반전의 기회를 제공했다. 한국IDC는 최근 발간한 '국내 스마트 커넥티드 시장 보고서'에서 "한국 태블릿PC 시장의 올해 출하량이 작년 대비 11.8% 성장한 282만대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외신에서도 태블릿PC 시장이 다시 성장세에 접어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IT 업계는 "삼성전자가 갤탭S7에 이어 다음 달 20만원대의 초저가 태블릿PC 모델도 내놓는 등 세계 주요 업체들이 모처럼 살아나는 태블릿PC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다양한 제품을 출시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