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소설가 알베르 카뮈(1913~1960·큰 사진)의 타계 60주년을 맞아 카뮈 문학을 새롭게 번역하는 작업이 활발하다. 카뮈의 소설 ‘이방인’이 김진하 교수(서울대 불어교육과)의 새 번역으로 을유문화사에서 나왔고, 철학 에세이 ‘시지프의 신화’도 카뮈 연구로 연세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박언주의 새 번역으로 열린책들에서 나왔다. 1950년대부터 시작된 한국 불문학계의 카뮈 번역이 어느덧 제3 세대 연구자들에 의해 이루어진 시대를 맞아 젊은 세대의 한글 감각이 반영된 ‘카뮈 읽기’를 제시하게 된 것이다.

카뮈는 1942년 스물아홉 살에 소설 '이방인'을 발표했고, 그로부터 5개월 만에 철학 에세이 '시지프의 신화'를 냈다. 그는 '이방인'으로 실존의 부조리를 형상화한 뒤 '시지프의 신화'로 부조리 사상을 제시했다. '이방인'은 독서는 쉽지만, 해석이 어려운 소설로 꼽힌다. '인생은 애써 살 만한 가치가 없다'는 주인공 뫼르소가 모친상을 치른 뒤 친구들과 해변에서 놀다가 우발적으로 살인을 저지르고 체포돼 사형 선고를 받고는 처형 직전 마지막 밤을 보낸다는 게 소설의 줄거리. 하지만 그 단순한 이야기는 '햇빛 때문에 살해했다'는 주인공의 엉뚱한 진술이나 '피고는 살인죄보다는 모친 장례식에서 눈물을 흘리지 않았고, 상중(喪中)에도 음탕한 짓을 한 죄 때문에 사형을 받아 마땅하다'는 검사의 논고를 뒤섞어 부조리한 상황을 연출한다. 결국 '부조리한 삶을 인간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라는 근원적 질문이 담겨 있는데, 작가는 사회적으로 공감대를 상실한 개인의 내면을 건조하게 묘사하기만 했다.

'이방인'을 새로 번역한 김진하 교수는 "비록 타인들에게 이해받지 못하더라도 세상의 침묵과 무관심을 받아들이는 것. 그것이 카뮈가 말하고자 한 부조리의 철학"이라고 풀이했다. 김 교수는 번역 원칙으로 '카뮈의 건조한 문체로 오롯이 돌아가서 뫼르소의 어눌함에 담긴 의도들을 침묵 속에 되새기며 읽기 위한 번역'을 내세웠다. 주요 문장에 대해 주해(註解)를 40쪽 넘게 단 것도 기존 번역본과 크게 다른 점이다.

‘시지프의 신화’는 ‘인간과 자기 삶의 분리, 연극배우와 그 무대의 이러한 단절, 이것이 바로 부조리의 감정’이라고 설파한다. 카뮈는 부조리에 절망해 자살을 시도하거나, 형이상학적 희망으로 도피하는 정신적 자살에 거리를 두면서, 그리스 신화에서 신의 미움을 받아 영원히 바위를 굴리는 형벌을 감내하는 시지프의 신화를 실존적 반항의 초상으로 제시했다. ‘시지프의 행보는 언제나 계속된다. 바위는 또다시 굴러떨어진다. 산꼭대기를 향한 투쟁 그 자체만으로 인간의 마음을 가득 채울 수 있다. 행복한 시지프를 상상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 새 번역본의 역자는 30쪽이 넘는 해설을 통해 “이 에세이가 다루고자 하는 것은 부조리의 ‘철학’이 아니라 부조리의 ‘감수성’이다”라고 풀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