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셜 빌링즐리 미국 군축 담당 대통령 특사가 지난 6월 23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마셜 빌링즐리 미국 군축 담당 대통령 특사는 25일(현지 시각) 본지 전화 인터뷰에서 "중국은 작년에만 200발 이상의 탄도미사일을 시험발사했고, 다수는 (한반도를 타격할 수 있는) 중거리, 준중거리 미사일"이라며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의 모든 동맹국이 상당히 우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4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군축 특사로 임명된 그가 한국 언론과 인터뷰한 것은 처음이다. 그는 미 국무부 군축·국제안보 담당 차관으로도 지명돼 상원 인준을 기다리고 있다.

빌링즐리 특사는 지난 6월 시작된 신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 연장 협상을 이끌고 있다. 미국과 러시아의 실전 배치 핵탄두 수를 제한한 이 협정은 내년 2월 종료된다. 작년 8월 미·러 중거리핵전력(INF) 조약 파기 이후 이 협정마저 깨지면 핵군비 경쟁 재개가 예상된다. 미국은 중국도 참여하는 '3자 핵군축 협상'을 원하고 있지만, 중국은 "미국이 중국(의 핵보유) 수준으로 내려오면 그때 참여하겠다"며 거부했다. 이에 대해 빌링즐리 특사는 지난 18일 국무부 브리핑에서 "중국은 왜 실제 핵무기를 몇 개 갖고 있는지도 밝히지 않나. 핵무기를 몇 개 갖고 있고 얼마나 더 만들 계획인지 우리에게 알려주는 것으로 시작해 보자"고 했다.

빌링즐리 특사는 이날 인터뷰에서 "앞으로 핵군축은 중국을 포함한 다자 조약이 돼야 한다"며 "시진핑 (중국 공산당) 총서기는 중국이 강대국으로 대접받기를 원하는데, 그 목표를 이루려면 다른 강대국들과 핵군축 같은 중요한 주제에 대해 협상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중국은 아무 제약 없이 핵탄두와 핵탄두를 운반할 수 있는 여러 미사일을 증산(增産)해 왔다"며 "이웃 국가들을 괴롭히고 강압하고 협박해온 중국 공산당의 불량한 태도와 단기간에 증강된 중국의 핵전력이 결합한다면 매우 우려스러운 일"이라고 했다. 그는 특히 "모든 동맹국이 중국에 미국과의 핵군축 협상에 성실하게 임하라고 요구해야 한다"며 "일본을 포함한 많은 동맹국은 이미 그렇게 했고, 한국도 그러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빌링즐리 특사는 중·러 핵전력에 대응하기 위해 INF 탈퇴 이후 미국이 개발하기 시작한 지상발사형 중거리 미사일이 완성되면 한국과 배치 논의를 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그는 "개발이 끝나지 않아 지금 시점에서 그 전력을 제공하겠다고 말하기는 이르다. 하지만 중국의 행동에 대응하는 데 매우 중요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 '한국의 중거리 미사일 개발을 지지할 것인가'란 질문에 "한국은 많은 혁신적 기술을 갖추고 있으며 우리는 한국이 자국 방어상 필요한 것을 공급할 수 있게 되는 것을 지지한다"고 답했다. 한·미 미사일 지침의 사거리 제한(800㎞)을 풀면 한국의 중거리 미사일 독자 개발도 가능하다. 중거리 미사일 한국 배치는 북·중·러가 강하게 반대하는 사안이다. 이를 의식한 듯 빌링즐리 특사는 "미국과 한국이 서로에게 동맹이란 사실을 기억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중국은 한국의 동맹이 아니다. 미국이 한국의 동맹"이라고 했다.

그는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등 미사일 방어 시스템을 한국에 추가 배치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그는 "중국과 러시아가 모두 핵전력을 증강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과 동맹들이 방어태세와 능력을 조정하는 것은 절대적으로 중요하며 그런 조정을 계속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또 "중국이 핵 증강으로 강압적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도록 미사일을 요격하는 능력을 갖추는 것은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11일 트럼프 대통령이 "아주 주요한 논의 주제"라고 했던 한·일의 독자 핵무장에 대해선 "미국은 그에 동의하지 않는다. 역대 행정부 모두 그 점을 분명히 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