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가 사흘간의 총파업에 들어간 26일 전국 곳곳에서 '의료 공백'이 현실화됐다. 대형 병원들이 수술과 외래 진료를 대폭 줄였고, 일부 동네 병원은 문을 닫아 환자들이 불편을 겪기도 했다. 전공의(인턴과 레지던트)와 전임의(레지던트를 마친 의사)의 무기한 파업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개업의들까지 가세하면서 진료 차질이 커졌다. 서울대병원·신촌세브란스병원·삼성서울병원 등 서울 주요 대형 병원들은 허리 역할을 하던 전공의 대부분이 파업에 참여하면서, 수술과 진료 등을 조정했다. 신촌세브란스병원은 지난 24일 산부인과 등 일부 과에서 진료를 예약했던 환자들에게 '의료진 파업으로 인해 이달 말까지 암 환자 진료만 가능하다'고 안내했다.

병원 관계자는 "전공의는 대부분, 전임의는 일부가 파업에 참여하면서 교수들이 공백을 메우고 있긴 하지만 진료 축소는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울대병원도 전공의뿐 아니라 전임의도 대부분 파업에 참여하면서 일일 수술 건수를 평소 120~130건에서 60건 안팎으로 절반 정도로 줄였다. 삼성서울병원도 24일부터 이날까지 예정돼 있던 수술 중 100건 이상을 연기했다. 외래 진료가 줄면서 응급실을 찾는 환자가 늘어나자, 일부 대형 병원에서는 경증 환자들을 다른 병원으로 보내기도 했다.

문을 닫은 동네 병원들도 적지 않았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이날 낮 12시 기준 전국 의원급 의료기관 3만2787곳 중 3549곳(10.8%)이 휴진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날 경기 부천시의 한 소아과는 환자들에게 '병원 사정으로 26~27일 휴진한다'는 단체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지역 커뮤니티 카페에는 '아이 약이 떨어졌는데 당장 큰일이다' 등의 글이 올라왔다. '파업 기간 진료를 볼 수 있는 병원 이름을 공유하자'는 글도 있었다.

방역 당국은 이번 총파업에도 불구하고 코로나 검사나 치료에는 큰 차질이 없다고 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전국 620개 선별진료소 중 충북 청주에 있는 충북대병원과 서울성모병원 등 2곳을 제외한 나머지 618곳이 정상 운영됐다. 중앙방역대책본부 관계자는 "의료계 파업으로 인해 코로나 중증환자 치료에 문제가 있다는 보고는 아직까지 접수된 것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