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 새 확진자가 어제 하루 320명에 달해 사흘 만에 다시 300명대로 올라섰다. 환자 발생 규모가 줄지 않는 것도 문제지만 감염 양상을 보면 사태는 더 심각하다. 서울의 경우 감염 경로를 알 수 없는 이른바 '깜깜이 환자'가 전체의 40% 안팎으로 열흘 전의 일곱 배로 치솟았다. 방역 기능이 갈수록 작동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수도권의 위중·중증 환자 치료용 319병상 가운데 입원 가능한 병상이 19개밖에 남지 않았다고 한다. 그제는 7개까지 떨어졌다. 지난 8개월 코로나 사태로 발생한 사망자의 93%가 60대 이상 고령 환자였다. 최근 수도권 환자 역시 60대 이상에서 집중 발생하고 있다. 고령 환자가 늘면 병상 수요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정부는 다음 달 중순까지 중환자용 병상 76개를 추가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지금처럼 매일 환자가 수백 명 나오면 일주일 뒤 중증 환자는 이보다 곱절 가까운 130명에 달할 것이라고 한다. 일부 지역에서는 확진 판정을 받은 환자들이 자택에 대기하기 시작했다. 병상 부족, 의료 공백으로 참사가 벌어진 미국, 유럽 사태가 남의 일이 아니다.

지금 새 학기가 시작됐지만 전국 유·초·중·고의 등교가 불발되고 보육 대란이 우려되고 있다. 경제 위축도 가중되고 있다. 가을철 독감 유행이 시작되면 코로나 환자와 증상을 구별하기 어려워 상황은 더욱 악화한다.

이 와중에 전공의(인턴·레지던트)에 이어 전국 의사들이 어제부터 2차 파업에 들어갔다. 정부는 업무개시명령을 내리며 '형사 처벌' '의사면허 박탈' 등으로 압박하고 있다. 한국이 지금까지 코로나를 억제해 온 것은 100% 의료진의 헌신 덕이다. 무더위 속에 방역복을 입고 땀 흘리는 의료진의 공을 누구도 부인하지 못한다. 방역 붕괴, 의료 시스템 붕괴, 국민 심리 붕괴를 막을 수 있는 마지막 보루가 의료진이다.

그런데 정부가 이 와중에 의사들의 반발을 부를 것이 뻔한 의대 증원 방침을 밝혔다. 코로나 사태가 잡힌 뒤에 추진할 수는 없었나. 굳이 평지풍파를 만든 경솔함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 놓고 대통령까지 나서 의사들을 공격하는 것은 '환자 대(對) 의사'로 갈라쳐서 손해 볼 것이 없다는 계산일 것이다. 지금은 코로나 대처가 최우선이다. 정부는 의대 증원 추진을 그만두고, 의사들은 치료 현장에 복귀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