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가 6·25전쟁 당시 고(故) 백선엽 장군의 공적을 폄하한 김원웅 광복회장 발언과 관련해 "고인은 위기에 처한 나라를 구한 분"이라며 정면 반박한 것으로 25일 확인됐다. 보훈단체를 총괄하는 국가보훈처도 이날 김 회장의 발언과 관련해서 1차로 구두 주의를 줬다고 밝혔다. 안보·보훈 부처들이 동시에 김 회장에게 경고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국방부는 미래통합당 김도읍 의원실에 제출한 서면 답변서에서 "고 백선엽 장군은 6·25전쟁 당시 다부동 전투를 비롯한 다수의 전투를 승리로 이끌면서 위기에 처한 나라를 지켰다"며 "(고인은) 국군 최초 4성 장군으로 육군참모총장을 2회 역임하면서 군과 한·미 동맹의 발전에 공헌한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김원웅 회장의 발언에 대해 처음으로 공식 입장을 밝힌 것이다.

김 회장은 지난 17일 "6·25전쟁이 나자 백 장군은 육군 1사단에 안 나타났는데 그것만 가지고도 사형감"이라고 했다. 낙동강 다부동 전투에서 백 장군이 지휘하는 1사단이 북한군의 공세를 막아낸 것에 대해서도 "(북한군의) 핵심적인 전력은 미군이 전부 다 포(砲)로 쏴서 죽였고, (백 장군은) 그냥 진군을 한 것"이라고 폄하했다.

그러나 당시 백 장군은 공포에 질린 병사들을 향해 "내가 후퇴하면 나를 쏘라"며 선두에서 돌격했고, 병력 8000명으로 북한군 2만여 명의 총공세를 한 달 이상 막아냈다. 국방부가 이날 공식적으로 김 회장의 '백선엽 폄하 발언'을 바로잡은 것이다.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은 지난달 고인의 영결식에서 "위대한 인물에 대한 추도사를 전달할 수 있는 영광을 갖게 되어 몸 둘 바를 모르겠다"며 "백선엽 장군께선 지상 전투의 가장 절망적이고 암울한 순간에서 유엔군 전력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한국군을 이끌었다"고 했다.

김 회장은 광복절 기념사에서 "초대 육군참모총장부터 무려 21대까지 한 명도 예외 없이 일제에 빌붙어 독립군을 토벌하던 자가 육군참모총장이 됐다"며 현실과 다른 주장을 폈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이날 국회에서 "(일부가) 일본군에 몸담았던 것도 사실이지만 공과(功過)를 역사적으로 평가해야 한다"며 "(이들이) 6·25 전쟁에 참전해 국가를 위기에서 구해낸 부분도 있다"고 했다.

박삼득 국가보훈처장도 이날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김 회장에게 시정을 요구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질의에 "1차 구두로 주의를 줬다"고 답했다. 박 처장은 "14개 보훈단체가 있는데 (김 회장이) 단체 간 충돌을 야기하거나 국민 통합을 저해한다는 목소리가 많다"고 했다. 하지만 김 회장은 "(구두 경고를 받거나) 그런 적은 없다"고 했다.

김 회장과 일부 여당 의원이 '백선엽을 국립현충원에서 파묘하자'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 국방부는 "백 장군은 무공훈장을 수여받아 '국립묘지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국립묘지 안장 대상에 해당되어 대전현충원에 안장됐다"며 "파묘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다"고 일축했다. 현충원 안장 자격 시비와 관련해서도 국방부는 "고인의 공적(功績)과 현행 법령을 고려한다면 현충원 안장은 타당하다"고 했다.

정치권에선 백 장군과 관련한 국방부의 입장 표명이 집권 세력에 '반기(反旗)'로 비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김 회장의 광복절 기념사가 논란이 되자 민주당 당권 주자들은 일제히 "광복회장으로서 할 수 있는 말" "기념사를 깊이 새기겠다"며 옹호했었다. 김도읍 의원은 "국방부가 지극히 상식적인 이야기를 한 것"이라면서 "영웅을 영웅이라고 말한 국방부에 집권 세력이 어떠한 보복을 가하는지 지켜보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