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코로나 확진자 10명 가운데 4명이 감염 경로를 알 수 없는 이른바 '깜깜이 감염'인 것으로 나타났다. 깜깜이 감염은 어디서 감염됐는지 파악할 수 없어, 또 다른 집단감염이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방역 당국이 가장 우려하는 경우이다.

25일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 24일 서울 확진자 134명 가운데 60명(44.8%)의 감염 경로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서울의 깜깜이 감염 비율은 지난 13일 6.3%였는데 7배 이상으로 뛴 것이다. 서울은 지난 18일 2000명을 넘어선 코로나 누적 확진자가 엿새 만에 3000명대로 올라설 정도로 확산세가 가파르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은 25일 "계속해서 상승할 위험 요인이 있는 상황"이라며 "전국 확산의 폭풍 전야"라고 했다. 그는 "오늘 낮 12시 상황을 파악한 것으로는, 현재 그렇게 녹록한 상황이 절대 아니라는 것을 강조한다"고 했다.

◇수도권 중환자 병상 7개뿐

전국에서 하루 200~300명대의 코로나 신규 확진자가 8일째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확산의 중심지인 수도권의 코로나 중환자 병상이 7개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는 "병상에 여유가 있다"고 했는데, 실제 상황은 심각했던 것이다. 국내 감염병 전문가들로 구성된 국립중앙의료원 산하 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회는 25일 "24일 전체 수도권 코로나 중환자 병상 85개 가운데 가용 병상은 7개였다"고 했다. 반면, 복지부는 24일 기준 수도권 중환자 병상은 341개로 이 가운데 56개가 남아 있다고 했다. 남은 중환자 코로나 병상이 8배라는 얘기다. 이처럼 코로나 중환자 병상이 차이가 나는 데 대해 보건복지부는 "지자체 집계에 문제가 있었다"고 했다. 이창준 중앙사고수습본부 환자관리반장은 "지자체를 통해 중환자 병상 현황을 신고받고 있는데, 그 병상들이 코로나 중환자만을 위한 병상이 아니라 일반 중환자도 받을 수 있는 병상도 있어 차이가 있다"고 했다. 권 부본부장은 "코로나 이외의 다른 환자 치료에도 차질이 발생해 '초과 사망'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위중·중증 일주일 새 3배 늘어

질본이 이날 집계한 코로나 위중·중증 환자는 38명으로 엿새 전의 3배 이상으로 늘어났다. 이 가운데 7명이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관련 확진자다. 이 교회 확진자 915명 중 중환자가 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60대 이상이 41.5%(380명)라 향후 그 숫자가 더 늘어날 우려가 높은 상황이다. 중앙임상위는 이날 브리핑에서 이달 말까지 중환자 수가 134명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병상 부족 우려가 심각해지면서 정부는 추가 병상 확보에 나섰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이날 "중환자 치료 병상 부족에 대비해 우선 이번 주까지 병상 26개를 추가 확보하도록 수도권 대학병원 등과 협의를 완료해 준비 중에 있다"고 했다. 전국적인 감염 확산으로 수도권 이외 지역도 병상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강원도 원주시는 25일 원주공고 2학년생 1명과 삼육초교 6학년생 1명 등 16명의 확진자가 추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원주 지역 내 코로나 확진자가 잇따르면서 음압병상 확보에도 비상이 걸렸다. 강원도의 경우 71병상 중 69병상이 가득 차, 환자가 입원할 수 있는 병상이 2개밖에 남지 않았다. 이 때문에 15명의 시민이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고서도 병상이 부족해 입원이 아닌 자가 격리된 상태로 실시간 원격진료를 받고 있다. 일부 환자는 다른 지역으로 옮겼다.

◇생활방역위, 3단계 격상 결론 못 내

한편 보건복지부는 25일 오후 감염병 전문가와 정부 관계자 등 18명으로 구성된 생활방역위원회를 열고 현재 2단계인 사회적 거리 두기를 3단계로 격상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한 위원은 "방역을 위해 3단계로 격상하자는 위원이 약간 더 많았지만, 경제 충격 완화를 위해 2단계 효과를 더 보자는 위원도 적지 않았다"며 "의견 대립이 팽팽해 뚜렷한 결론을 내지 못했고 정부 판단에 맡기기로 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