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세 홍콩 남성이 코로나 완치 4개월여 만에 또다시 코로나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25일 명보 등 홍콩 언론에 따르면 이 남성은 지난 3월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은 후 완치돼 4월에 퇴원했다. 하지만 이달 15일 다시 확진됐다. 홍콩 언론은 "유전자 분석 결과를 통해 코로나 바이러스에 재감염된 사실이 공식적으로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전했다.

홍콩대 연구진에 따르면 이 남성이 처음 감염된 코로나 바이러스는 3~4월 미국·영국에서 확산한 바이러스인 반면, 재감염된 바이러스는 첫 감염과 다른 유형의 변종 코로나 바이러스로 확인됐다. 연구진은 이 남성이 1차 감염 후 항체가 생겼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감소했다고 추정했다. 또 2차 감염 땐 1차 때와 달리 증상이 없고 5일 만에 항체가 생겼다고 전했다.

◇항체 지속 기간·백신 효과 논란

홍콩에서 나온 재감염 사례는 앞서 국내에서도 확인된 '재양성'과는 다르다. 재양성은 코로나에서 회복된 환자의 몸에 남은 바이러스의 '유전자 찌꺼기'가 검출되는 것으로, 회복된 환자에게서 나타나는 자연적인 현상으로 결론났다. 증상도 없고 감염력도 없다. 하지만 홍콩 사례는 회복된 환자가 변이된 바이러스에 새롭게 감염된 것으로 감염력을 가진 것으로 추정된다.

홍콩대 연구진은 코로나에 재감염될 수 있기 때문에 인구의 60~70%가 항체를 보유해 전염병을 소멸시키는 '집단 면역' 전략으론 코로나를 소멸시키지 못한다고 분석했다. 또 "백신이 코로나에 대해 지속적인 방어력을 제공하지 못할지 모른다"고도 했다. 항체 지속 기간이 수개월에 불과하고 재감염까지 가능하면 코로나는 인플루엔자처럼 인류와 계속 공존할 가능성이 크고, 백신도 주기적으로 접종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섣불리 결론 내릴 단계가 아니란 반론도 나왔다. 환자 상태에 따라 항체 생성량이나 항체 지속 기간이 다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미 컬럼비아대의 바이러스 학자 안젤라 라스무센 교수는 "첫 감염에서 충분한 면역 반응을 얻지 못한 드문 사례일 뿐"이라고 평가했다. 이날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도 "홍콩 사례는 아직 단일 사례라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긍정적인 면이 있다는 해석도 나왔다. 미 예일대 아키코 이와사키 교수는 "첫 감염 때 증상이 있었던 것과 달리 두 번째 감염 때는 무증상이라는 건 면역반응이 병이 악화하는 것을 막았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코로나에 한 번 걸리면 이후 재감염돼도 큰 문제가 없을 수 있다는 것이다.

◇"백신으로 팬데믹 못 끝날 수도"

일각에선 "백신이 나와도 1년에 3~4번씩 접종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했다. 전문가들은 "현재로선 1년에 여러 번 맞는 백신이 없다"며 "같은 백신을 1년에 여러 번 맞는 전략은 검증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항체 지속 기간과 백신으로 형성된 인공적인 항체가 얼마나 지속할지 아직 알 수 없다"며 "통상 백신의 효과가 좋으면 지속 기간도 늘어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코로나 백신을 독감 백신처럼 6개월~1년마다 접종하는 시나리오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백신에 너무 큰 기대를 해선 안 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날 국립중앙의료원 산하 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회는 "백신이 나와도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끝나지 않을 거라는 게 세계보건기구(WHO)의 전망"이라고 했다. 오명돈(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 중앙임상위 위원장은 "겨울철 인플루엔자 백신의 예방 효과도 대개 50%이거나 그 미만이기 때문에 100% 확산을 예방하고 사망률을 줄이는 그런 코로나 백신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