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여자바둑리그 정규 시즌은 사상 유례를 찾을 수 없는 초접전이었다. 22일 리그 최종전을 마친 결과 1위와 6위 팀 간 승차가 반 게임에 불과, 개인 승수로 4강을 추려야 할 정도였다. 그 과정에서 어린 유망주와 새로운 스타들이 등장해 여자 바둑계 지각 변동을 예고하고 나섰다.

국내 최연소 프로이자 '최정의 후계자'로 불리는 김은지(13)는 6승 8패의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올 초 입단에 이어 맞이한 여자 리그 데뷔 무대란 점에서 연착륙에 성공했다는 평이다. 판을 거듭할수록 자신감과 안정감이 더해지고 있다는 것. 다만 소속 팀(삼척 해상케이블카)이 5위로 탈락, 여자 리그서 더 이상 활약을 보여줄 수 없다는 아쉬움을 남겼다.

올해 정규 시즌 태풍의 핵은 권주리(23)였다. 10승 3패(8연승 포함)의 눈부신 성적으로 개인 다승 부문 공동 3위에 올랐다. 포항 포스코켐텍 3지명자인 권주리는 최종전서 EDGC 1지명 조승아를 꺾었고, 이 승리로 팀은 3위가 확정돼 포스트 시즌 티켓을 확보했다. 작년까지 4년간 여자 리그서 10승 29패에 머물다가 이뤄낸 대도약이다.

보령머드의 10대 유망주 김경은(17)도 어느덧 완벽한 중견 기사로 발돋움했다. 3지명으로 7승 6패를 마크하며 1지명 최정과 함께 철벽 라인을 구축, 소속 팀의 정규 1위 등극에 알토란 같은 역할을 했다. 여자 리그 데뷔 첫해인 2018년 2승 6패, 2019년 1승 3패에 그치던 그 김경은이 아니다.

1~3지명에 들지 못하고 '후보'로 선발된 기사 중에선 유주현(19)과 김수진(33)의 활약이 인상적이었다. 삼척 해상케이블카 소속의 유주현은 박지은 박태희 등 선배 강타자들을 눕히며 3승 1패로 여자 리그 데뷔전을 마쳤다. 프로 20년 차 주부 기사인 김수진의 성적표는 4승 5패로, 이 중엔 삼척 주장 조혜연을 꺾은 판도 포함돼 있다.

새 얼굴들의 돌풍 속에서도 최정(24), 김채영(24), 오유진(22) 등 정상 '3강'의 지위는 아직 굳건했다. 최정은 13승 1패를 기록하며 여자 리그 다승왕 5연패(連覇)를 달성했다. 올 시즌 최정에게 유일한 1패를 안겨준 김채영(11승 3패)과 오유진(10승 4패)도 나란히 두 자리 승수를 기록하며 뒤를 이었다.

올해 포스트 시즌은 정규 3위 포스코케미칼(박지은 김다영 권주리 도은교) 대 4위 부안 곰소소금(오유진 허서현 이유진 김상인) 간의 준플레이오프(26~27일)로 막이 오른다. 포스코가 첫날 승리하면 2차전은 열리지 않는다. 승리 팀은 정규 2위 여수 거북선(김혜민 송혜령 이영주 김노경)과 플레이오프 3연전(9월 4~6일)을 치른다. 1위 보령머드(최정 강다정 김경은 박소율)가 나설 챔피언 결정 3연전은 10~13일 열릴 예정.

상금은 우승 5500만원, 준우승 3500만원, 3위 팀에는 2500만원이 각각 지급된다. 지난해 대회에선 부안 곰소소금이 우승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