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집권 3년 차에 접어들면서 주요 사정기관에 노무현 정부 민정수석실 출신들을 대거 기용한 것으로 24일 분석됐다. 노무현 정부에서 문 대통령을 상관(上官)으로 모셨던 인사들이 현 정부에서 청와대 민정수석실뿐 아니라 법원·검찰·경찰·국세청 요직을 꿰찬 것이다. 야당은 "이래서는 권력형 비리에 대해 제대로 된 감시가 불가능하다"고 했다.

미래통합당 조해진 의원실이 사정기관 인사(人事)를 분석한 결과, 최근 들어 10여 명의 인사가 주요 보직에 임명됐다. 노무현 정부 시절 '문재인 민정수석'을 모셨던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대표적이다. 당시 이 지검장은 민정수석의 직속 부하인 특별감찰반장으로 활동했다. 최근 고검장으로 승진한 조남관 대검찰청 차장도 노무현 정부 민정수석실에서 특감반장으로 일했던 이력이 있다.

현 경찰청장도 노무현 정부 행정관 출신이다. 김창룡 청장은 청와대 시민사회수석 산하의 치안비서관실 행정관을 했다. 김 청장은 현 정부가 출범한 이래 불과 2년 만에 경남청장, 부산청장을 거쳐서 경찰조직의 수장으로 올라섰다. 이 같은 고속 승진 배경을 두고 경찰 조직 내부에서는 "문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김 청장을 기억해서 '지금 어디에 있느냐'며 챙겼다"는 일화가 회자될 정도였다. 노무현 정부 민정수석실 행정관으로는 최근 취임한 김대지 국세청장도 있다.

이 같은 인사 기조는 청와대 민정수석 기용에서도 드러난다. 감사원 사무총장 출신인 김종호 민정수석은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 국정상황실 행정관이었다. 마찬가지로 감사원 사무총장을 지낸 김조원 전 민정수석도 노무현 정부에서 공직기강비서관으로 당시 민정수석이던 문 대통령과 일한 인연이 있다. 감사원 출신들이 연이어 민정수석을 맡는 것을 두고 청와대 안팎에서는 "권력 기관 관련 업무를 총지휘해야 하는 역할에 한계가 있지 않겠느냐"는 지적이 나왔다. 하지만 이들은 문 대통령의 두터운 신임을 바탕으로 임명됐다. 사법부에서도 노무현 정부 민정수석실 출신들이 중용됐다. 이석태 헌법재판관, 김선수 대법관 등도 '노무현 민정실 라인'으로 거론되는 인사다.

이 같은 인사 배경에 대해 정치권에선 "권력형 비리로 정권이 흔들리는 사태를 염두에 둔 사전포석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임기 말부터 퇴임한 이후까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를 비롯한 사정기관들을 문 정부의 '방패막이 역할'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대통령 친·인척을 감시하는 특별감찰관은 4년째 공석(空席)인 상황이다. 조해진 의원은 "과거의 부하들에게 입신출세의 기회를 제공해 주고 그 반대급부로 충성을 확보하는 인사 방식"이라면서 "실력과 도덕성이 빠진 이 같은 '의리 인사'로는 제대로 된 권력 감시가 이뤄지기 어렵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