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허리·등뼈, 즉 척추는 우리 몸의 중심축이다. 28개 이상의 뼈와 관절로 이루어진 척추는 특히 수술에 대한 강한 두려움을 불러오는 부위다.

23년간 7000건 이상의 다양한 고난도 척추 수술 노하우를 축적한 신경외과 전문의 김성민 서울바른병원 병원장은 "초기 척추 질환자의 90% 이상은 수술 없이 보존적 치료만으로 호전되지만, 꼭 필요한 경우에는 적절한 시기에 수술을 시행해야 한다"며 척추 수술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경계했다. 그는 "코로나19로 '집콕'이 장기화되면서 중장년층의 근육량 저하, 척추 건강 악화는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까지 번질 것"이라며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

척추 전문가로서 많은 의사들이 부담을 느끼는 분야인 '재발성 척추통증'과 '척추수술 후 통증 치료'에 전념하고 있는 김 병원장에게 '코로나 시대' 척추를 지키는 생활 습관과, 척추질환으로 각종 치료를 받았음에도 통증이 도지는 이유(재발성 척추통증) 등 유용한 정보를 들었다.

서울바른병원 김성민 병원장은 일반적인 척추 질환부터 치료가 까다로운 재발성 척추통증에 이르기까지 척추 전 분야를 아우르는 명의로 꼽힌다. 김 병원장이 이미 척추질환 치료를 받은 환자들이 겪는 '재발성 척추통증'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척추 역시 문제가 생기기 전에 잘 관리해야 할 텐데요. 모두가 알아야 할 척추 건강 관리법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쉽게 말해 한국인들이 전통적으로 해 온 좌식생활은 척추에 나쁩니다. '요추전만각'이라고 해서, 우리의 요추가 기본적으로 갖고 있는 각도가 있는데 한국인은 50도, 서구 사람들은 62도 정도입니다. 의자에 앉거나 서면 이 요추전만각이 유지되는데, 맨바닥에서 생활하면 그 각도가 망가져서 디스크를 비롯해 다양한 문제를 유발합니다. 온종일 쪼그리고 앉아서 일하면 등 근육에 만성 피로감이 쌓여 점점 약해지는데, 우리나라에선 남성보다 60세 이상의 여성에게서 이런 증상이 많이 나타납니다."

―코로나19의 장기화 역시 환자들의 척추 건강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이른바 '집콕' 생활이 길어지면서 외출과 손쉽게 할 수 있던 운동 기회가 줄고, 중장년층의 근육량도 함께 감소하고 있습니다. 근육량이 줄어들고 지방이 늘어나면 척추에 가해지는 부담은 더욱더 커지고, 결국 통증을 유발합니다. 장기적으로는 이것이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확산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틈틈이 스트레칭하고, 바른 자세를 유지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른바 '플랭크 자세'(척추 주변 근육을 발달시키는 운동)를 비롯해 코어 근육을 강화할 수 있는 맨손 체조를 추천하고 싶습니다. 척추를 이루고 있는 디스크와 뼈의 건강은 갑자기 어떻게 개선할 수가 없지만, 근육이 받쳐 주면 함께 버틸 수 있습니다."

―하지만 건강한 사람과 달리 척추 질환 치료를 받았는데도 통증이 도지는 경우에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보통 '척추가 아프다'고 하면 환자들은 어떤 '하나의 마디'가 아프다며 특정 부위를 가리킵니다. 하지만 척추는 많은 관절과 그 사이사이에 낀 디스크로 모두 연결돼 있기 때문에 4·5번이 아프다가 3·4번이 아플 수도 있는 겁니다. 이 때문에 치료 후 재발하기 쉽습니다. 이에 실망하고, '치료가 잘 안 된 것 아니냐'면서 재발성 척추통증을 엉뚱한 치료법으로 고쳐보려고 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환자들은 통증이 재발하더라도 "또 아프네"하면서 방치하거나, 보존적 치료나 검증되지 않은 치료로 버티는데 그러다가 자칫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정밀 진단을 받아 보고 수술이 필요한지 판단해야 합니다. 척추 전문의들은 호전된다는 확신이 있을 때만 수술을 권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두려움을 버리고, 믿고 수술을 받아도 좋습니다. 사람들은 대부분 '맹장염에 걸렸다'면 반드시 수술을 받지만, 척추 수술을 하면 큰일 나는 줄 압니다. 보존적 치료를 고집하다가 '골든타임'을 놓치면 오히려 상황이 더 악화될 수 있으니, 척추에 분명한 문제가 느껴진다면 반드시 전문가 두 명 이상의 정밀 진단을 받는 것이 좋습니다."

―재수술은 사실 환자뿐 아니라 의사에게도 큰 부담일 텐데요. 그럼에도 수술을 권하실 때는 분명한 이유가 있겠지요?

"환자에게 수술 치료가 필요하다고 권할 때는 80~90% 이상 호전된다는 확신이 있을 때입니다. 초기 환자는 3주 이상 치료 후에도 계속 통증이 잦아지면 정밀진단을 받아보시길 추천합니다. 3개월 정도 보존적 치료(약, 주사 등)를 받았는데도 통증이 심해 일상생활이 힘들거나, 마비가 있는 경우에는 수술적 치료를 권유합니다. 실제로 제게 오시는 환자 중 10% 정도는 이미 수술을 받은 분들입니다. 이런 분들을 위해 신중하게 진찰하고, 개선 가능성이 클 때만 수술을 권하고 있으니 재수술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은 버리셔도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