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지역의 어린이집 학부모들은 23일 갑작스러운 휴원 안내 공지를 받았다. 대구광역시가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을 우려해 다음 달 5일까지 모든 어린이집에 휴원할 것을 권고한 데 따른 것이다. 이 지역 학부모 가운데 맞벌이 부부들은 "앞으로 2주간 아이를 어디에 맡겨야 할지 막막하다"며 "지난 4월 코로나 확산기에 휴가를 거의 다 써 육아 부담이 한계에 달한 상황"이라고 했다.

◇유·초등생 보육 부담 커져

코로나 바이러스가 재유행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등교를 우려하는 학부모들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코로나 감염을 우려해 자녀를 유치원과 학교에 보내기가 꺼려지는데, 마땅히 아이들을 돌볼 방법도 없기 때문이다. 남편과 맞벌이인 김모(39)씨는 "유치원에서 돌봄교실을 운영하지만 코로나가 확산되는 시기에 보내는 것이 불안하다"며 "그렇다고 이미 돌봄휴가를 다 써버린 상황에서 휴가도 더 내기 어려워 휴직까지 고려 중"이라고 했다. 일부 어린이집의 돌봄교실에서는 코로나 감염을 우려해 급식 대신 도시락을 싸 오라는 경우도 있는데, 맞벌이 가정에서는 이 또한 적잖은 부담이 되고 있다.

◇등교 인원 유·초·중 3분의 1 이하로

특히 정부는 지난 22일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에 전국 유·초·중학교의 등교 인원을 전체 학생의 3분의 1 수준으로 제한하기로 했다. 기존 수도권에서만 하던 조치를 전국으로 확대한 것이다. 교육부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사회적 거리 두기를 2단계로 올림에 따라 시·도 교육청과 등교수업추진단 회의를 열고 유·초·중학교는 학교 밀집도를 3분의 1 이내, 고등학교는 3분의 2 이내로 강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오는 26일부터 적용한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 지자체에서는 정부 방침보다 더 강화된 조치까지 들고 나왔다. 대구광역시 등은 24일부터 어린이집을 휴원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강원도교육청도 24일부터 28일까지 일주일간 춘천 지역 모든 학교의 등교수업을 중지하고 원격수업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유치원 38곳과 초등학교 23곳을 비롯해 학교 76곳이 대상이다.

◇"정부가 돌봄 추가 대책 내놓아야"

코로나 확산으로 보육 부담이 커지는 가운데 고용노동부는 "가족돌봄휴가비용 지원 기간을 다음 달 30일까지로 연장하기로 했다"고 23일 밝혔다. 가족돌봄휴가는 올해 신설된 제도로, 자녀 양육이나 가족의 질병 등 긴급하게 가족을 돌볼 필요가 있는 경우 연간 최대 10일 쓸 수 있다. 정부로부터 하루 5만원씩 최대 10일까지 가족돌봄 비용(총 50만원)을 지원받을 수 있는데, 신청 기한을 당초 1학기에서 다음 달 말로 연장하기로 한 것이다. 고용부에 따르면, 지난 20일까지 11만8606명에게 가족돌봄비용으로 총 404억원이 지원됐다. 성별로는 여성이 62%, 남성이 38%인 것으로 집계됐다. 일하는 엄마(워킹맘)들이 자녀 돌봄을 위해 휴가를 많이 신청한 것으로 보인다.

교육계에서는 가족돌봄휴가비용 지원을 한 달 연장한 것으로는 맞벌이 부부 부담을 줄이는 데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맞벌이 부부의 경우 각각 10일씩 총 20일을 쓸 수 있지만 이미 지난 1학기에 상한을 채운 부부는 2학기에는 더 이상 쓸 수 없기 때문이다. 워킹맘들 사이에서는 "더 이상 휴가도 낼 수 없어 휴직이나 퇴사까지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성호 중앙대 교수는 "교육 당국이 코로나 사태가 2학기에 심각해질 수 있을 것까지 대비해 중장기 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며 "돌봄 시설 확충과 더불어 정부가 고용주들과 협의해 맞벌이 부부들에게 돌봄휴가를 더 줄 수 있는 방안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