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가 22일(현지 시각) 독일 베를린 테겔 공항에 도착해 들것에 실린 채 이송되고 있다.

독극물 중독 증세를 보이며 의식을 잃은 러시아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가 22일(현지 시각) 독일 베를린에 도착했다. 앰뷸런스 비행기를 러시아에 보내 그를 데려온 독일 인권단체 측은 "상태가 악화하고 있지는 않지만 여전히 중태"라고 했다. 나발니는 곧장 베를린 시내 샤리테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공영방송 도이체벨레는 "나발니가 최적의 치료 장소를 찾았다"고 했다. 샤리테병원이 어떤 곳이길래 이런 평가가 나왔을까.

샤리테병원은 1710년에 설립된 독일 최고(最古)·최대(最大) 병원이다. 프로이센 국왕 프리드리히 1세가 전염병 치료 시설을 만들라는 명령을 내리면서 세워졌다. 현재 의사 3800명을 포함해 모두 1만3200명이 근무한다. 병상은 3000개에 이른다. 이곳에 몸담으며 노벨 의학상·생리학상을 받은 학자만 11명에 이른다.

샤리테는 러시아의 표적이 됐던 유명 인사들이 신뢰하는 병원이다. 2018년 러시아의 반체제 록그룹 푸시라이엇을 이끌던 표트르 베르질로프가 갑작스러운 호흡곤란을 호소했을 때 이 병원에 한 달간 입원한 뒤 회복했다. 당시 베르질로프는 러시아 정보기관으로부터 독극물 테러를 당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우크라이나 반(反)러시아 운동의 정점이었던 율리야 티모셴코 전 우크라이나 총리도 수감 생활로 인한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 2014년 샤리테 신세를 졌다. 티모셴코는 "독일 의료진만 신뢰할 수 있다"고 했다. 러시아 측과 가까운 우크라이나 의사들을 믿을 수 없다는 뜻이다.

2015년 에볼라 바이러스 치료를 위해 아프리카 시에라리온에 파견된 한국인 의료진이 에볼라에 감염됐을 때 급히 이송돼 치료를 받았던 곳도 샤리테병원이다. 샤리테병원은 설립 취지에 맞게 현재 독일 내 코로나 백신 개발을 이끌고 있다. 독일 대표 병원이지만 명칭이 프랑스어로 돼 있다는 점은 아이러니다. 1727년 프로이센의 프리드리히 빌헬름 1세가 자선을 뜻하는 프랑스어 샤리테(charité)를 병원 이름으로 정하라고 명령한 데서 유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