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확대 방침 등에 반대하는 전국 전공의(인턴·레지던트)들이 23일 집단 휴진(파업)에 들어갔다. 26~28일엔 전임의(펠로), 개업의까지 가세할 예정이어서 의료 시스템의 부분 마비가 우려된다. 어제 하루 신규 확진자가 397명에 달했다. 이젠 어디서 누구한테 옮을지 알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이종구 서울대 의대 교수는 "하루 1000명 이상 (확진자가) 발생할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도 "전국적 대유행 위기를 앞두고 있다"고 했다.

의료계가 최선을 다해도 위기를 무사히 넘길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 자칫 유럽, 미국이 초기 대유행 때 겪었던 의료기관 붕괴 사태에 직면하게 될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촌각을 다투는 중환자, 응급 환자들이 치료를 못 받고 방치된다. 고령 환자들은 처방을 못 받아 난감한 상황에 몰릴 수 있다. 박능후 복지부장관은 22일 낸 담화에서 "코로나가 안정화될 때까지 의대 정원 확대 등 정책 추진을 보류하겠다"고 했으나, 의사협회는 "신뢰할 수 없다"며 정책 자체의 철회를 요구했다. 전공의협의회는 23일 정세균 총리와 만나 일부 합의했으나 결말은 불확실하다.

코로나 감염을 관리할 감염내과 전문의가 전국에 200여명에 불과하다고 한다. 인구 105만명이 사는 안양·과천·의왕·군포의 대학병원·종합병원엔 소아외과 전문의가 한 명뿐이다. 의료 수가 체계의 모순으로 분야별 의사 수의 균형이 깨졌고 지역 간 의료 격차도 심각하다. 그러나 정부가 코로나 와중에 의대 정원 등 의료계가 극히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문제를 들고 나온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지금은 무엇보다 코로나 대응이 최우선이어야 한다. 그러려면 가장 필요한 것이 의료계 협조다. 복지부는 도리어 의료계 반발을 부를 것이 너무 뻔한 정책을 들고 나와 평지풍파를 일으켰다.

복지부는 "의대 정원 확대는 6~10년 이후에야 가시적 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에 더 미루기 어려웠다"고 했다. 그렇다면 왜 여태 방치해두다가 하필 코로나가 극성을 부리는 시기에 관철하려 하나. 코로나 상황을 이용하려 한 것 아닌가. 이럴 때가 아니다. 정부는 의료계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의사 단체들은 파업을 중단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