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키움전에서 손가락 세 개를 펼쳐보이며 비디오 판독 시간이 3분을 넘었다고 항의하는 윌리엄스 감독.

맷 윌리엄스(55) KIA 감독은 메이저리그 사령탑 시절 꽤 다혈질로 유명했다. 워싱턴 내셔널스 감독 당시 심판에게 격렬하게 항의를 하다가 퇴장을 당한 일이 여러 차례 있었다.

2014년 10월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전에선 아스드루발 카브레라가 스트라이크존에 불만을 품고 심판에게 따지자 즉각 달려나와 카브레라를 밀어내고 심판과 대치했다. 그때 윌리엄스는 비속어까지 섞어가며 이렇게 얘기했다.

“이 ×같은 게임에서 날 쫓아내 버려.” 그리고 퇴장 명령을 받고 더그아웃을 떠났다.

수퍼스타 브라이스 하퍼가 심판과 갈등을 빚을 때도 윌리엄스 감독이 나와 하퍼 대신 심판과 거친 말싸움을 벌였다.

하지만 윌리엄스 감독은 KBO리그에 와선 원색적인 욕이나 거친 표현을 사용하지 않는다. 예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한국 문화에 대한 존중일 수도 있다. 그런 그가 참지 못한 몇 번의 순간이 있었다.

지난달 19일 두산전에서 윌리엄스 감독은 비디오 판독을 신청했다가 거부를 당하자 격앙된 반응을 보인 적이 있다.

윌리엄스 감독은 자신은 분명히 판독 요청을 했고, 심판이 나를 못 봤다면 심판의 잘못이지 내 잘못이 아니라고 했다(“I gave you the signal. If you’re not looking at me, it's your fault, not mine.”)

4~5분 동안 항의를 이어간 윌리엄스 감독은 더그아웃으로 들어가며 단호한 어투로 말했다.

“It’s terrible. It’s horrible. Open your eyes.”

끔찍한 판정이며 심판들은 두 눈을 뜨고 제대로 보라는 뜻이다.

윌리엄스 감독은 이틀이 지난 뒤 “감정이 격해져서 나온 말”이라며 “심판들에게 불쾌감을 주려는 의도는 없었다”고 말했다. 심판을 여전히 존중한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하지만 윌리엄스 감독은 최근 또 심판 판정으로 얼굴이 벌게졌다. 22일 8회 말, 키움 이정후가 친 타구를 KIA 중견수 김호령이 담장 앞에서 잡았는데, 최수원 2루심이 2루타로 선언했다. 공이 김호령의 글러브를 빠져나와 펜스에 맞고 다시 글러브로 들어갔다고 잘못 본 것이다. 느린 화면으로는 김호령이 끝까지 공을 잡고 있었다.

비디오 판독 요청 기회 2회를 모두 썼던 윌리엄스 감독은 속수무책으로 오심을 받아들여야 했다. 0-3으로 뒤지던 키움은 적시타와 3점 홈런 등으로 4점을 뽑아 역전승을 거뒀다. KIA로선 승리를 눈앞에서 놓친 셈이다.

윌리엄스 감독은 23일 경기를 앞두고 “김호령의 캐치 장면을 100번은 돌려봤다”며 “선수들의 플레이로만 경기 결과가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심판에게 항의하는 윌리엄스 감독의 모습.

그런데 그 바람이 이루어지진 않은 듯 하다. 8회말 KIA 투수 김명찬이 키움 김주형 타석 때 던진 공이 포수 미트를 맞고 뒤로 흘렀다. 포수 송구를 받은 김명찬은 홈으로 파고들던 키움 3루 주자 김웅빈을 태그했다.

아웃 판정이 나오자 키움 벤치는 비디오 판독을 요청했고, 심판진은 ‘김명찬이 포구하기 전 오른발로 홈플레이트를 막고 있었다’는 이유로 판정을 세이프로 뒤집었다. 6-5로 이닝이 끝나는 듯했는데, 6-6 동점이 되고 말았다.

이 과정에서 판독 시간이 3분을 넘겼다. 윌리엄스 감독은 ‘비디오 판독 가능 시간인 3분 내에 판정을 뒤집을 만한 근거를 발견하지 못할 경우 원심을 유지한다’는 규정을 최수원 주심에게 상기시켰다.

“규정이 3분으로 정해져 있다. 판독이 3분을 넘기면 원심이 유지되는 것 아니냐.”

하지만 소용이 없었다. 오히려 ‘비디오 판독에 대해 항의하면 퇴장’ 규정에 따라 더그아웃을 떠나야 했다. 윌리엄스 감독은 물러나면서 최수원 주심에게 이렇게 말했다.

“You made a wrong call again, again!(당신은 또 잘못된 결정은 내렸다. 또!)”

전날 2루심을 봤던 최수원 심판이 저지른 실수를 다시 한 번 지적한 것이다.

윌리엄스의 퇴장이 KIA 선수들을 깨어나게 했을까. KIA는 9회초 김규성의 솔로 홈런 등 2점을 뽑아내며 8대7로 승리했다. 김규성은 경기 후 “팀이 5연패 중이라 분위기가 많이 가라앉아 있었다”며 “이 승리를 계기로 우리 팀이 밝게 경기를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비디오 판독이 예외적으로 3분을 넘길 경우를 명시한 KBO 규정.

한편 KBO는 비디오 판독 3분 초과 문제에 대해 “‘기술적인 문제로 인해 판독이 지연되거나 복합적인 규칙 등을 적용하여 판단하는 경우는 예외적으로 판독 시간 3분을 초과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는 규정이 있다”며 “잠실과 고척에서 거의 동시에 비디오 판독 요청이 들어와 기술적인 문제가 있었고, 홈 충돌 방지 규정에 대한 복합적인 적용에 대해 현장 심판진과 상의하느라 판독 시간이 30초가량 초과됐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