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그동안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자 정보를 공개할 때 실명(實名) 대신 철저하게 ‘종로1번 확진자’ 같은 식의 번호로만 구분했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를 비판해온 단체 대표가 코로나 감염원으로 지목되자, 은평구청이 전례를 깨고 실명을 공개해 ‘신상 표적 공개’ 논란을 불러왔다. 은평구청장은 여당 소속이다.

주옥순(64) 엄마부대 대표가 지난해 8월 8일 서울 종로구 옛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한일관계회복을 위한 제5차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은평구청은 지난 22일 오후 6시쯤 관내에서 발생한 확진자 현황을 구청 블로그 공지사항에 올렸다. 이날 발생한 확진자 6명의 대략적인 주소와 증상, 검사·확진 일시와 감염경로를 담은 공지사항이었다.
그간 은평구는 코로나 사태 발생 이후 이런 공지사항을 여러 번 냈는데, 감염경로(감염원)에 대해서는 '은평#125 확진자'와 같이 확진자에게 부여되는 고유 번호만 기재했다. 이날도 추가 확진자 가운데 3명의 감염 경로는 전과 동일한 방식으로 표기했다.

그런데 유독 2명의 환자에 대해서는 감염경로를 '경기도(주옥순) 확진자 접촉'이라고 명시했다. 지금까지 없던 일이었다. 주옥순씨는 보수단체인 '엄마부대' 대표를 맡아 정부 비판 시위 등에 활발히 참여해왔다.

이런 상황은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로 퍼지며 '사생활 침해 아니냐'는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주씨와 접촉한 확진자의 정치적 성향이 노출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은평구청이 지난 22일 오후 6시쯤 올린 코로나 확진자 현황 공지글 중 주옥순(64) 엄마부대 대표가 확진 환자 2명의 감염경로에 실명으로 기재되어 있는 모습. 은평구청은 23일 이런 내용이 논란이 되자 해당 글에서 주씨 이름을 삭제했다.


이후 은평구는 해당 게시물에서 주씨 이름을 삭제했다. 그러면서 "주씨의 실명이 공개된 건 담당 직원의 실수였으며 해당 사실을 확인하고 곧바로 정정 조치했다"고 해명했다.
주씨는 지난 광복절 광화문에서 열린 집회에 참석했다가 지난 19일 가평군에 있는 한 병원에서 남편과 함께 코로나 검사를 받았다. 주씨는 다음날인 20일 오전 확진 판정을 받고 경기도의료원에 입원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