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중심의 코로나 대유행이 전국적으로 확산되면서 일상이 다시 멈춰서고 있다. 23일 방대본이 발표한 신규 코로나 확진자는 서울과 경기, 인천 등 수도권에서만 300명 가까운 지역사회 환자가 발생하고 수도권 이외 지역 환자도 90명을 넘어섰다. 전국적 현상으로 번지고 있는 것이다. 또 교회는 물론 정부청사, 삼성전자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공장 등 국가 핵심 시설에다 커피전문점, 학원, 공연·예술계 등 마스크 착용과 거리 두기가 미흡하면 사람이 모이는 곳 어디에서든 감염이 확산하고 있다. 일상이 급속히 위축되고 있다. 식당·쇼핑몰 등엔 ‘손님 실종’이 이어졌고, 예식장마다 취소도 쇄도하면서 ‘3월 신천지 사태’ 당시를 방불케 하고 있다. 오랜만에 숨통을 조금씩 틔워가던 영화관은 지난 주(16~22일) 관객이 169만명으로 전주(9~15일)에 비해 약 115만명이 줄어들면서 반토막이 났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사회적거리두기 2단계가 발령되면서 23일 서울 광화문 일대 도로가 텅 빈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부청사, 삼성전자 등 핵심부로 확산되고 있다

2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 근무하는 외교부 직원 1명과 미화 공무직 1명이 각각 확진 판정을 받았다. 청사관리소는 이들이 근무한 3개 층(6층·11층·15층)을 일시 폐쇄하고 긴급 방역 소독을 실시했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한국 수출의 심장인 반도체·디스플레이 공장에도 침투했다. 22일 삼성전자 화성캠퍼스 반도체 사업장 H3지역 16·17라인에서 근무하던 직원 2명이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았다. 삼성전자는 업무동을 22일 하루동안 폐쇄하고 방역 작업을 실시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생산 라인은 항상 방진복을 입고 있고 클린룸을 유지해 바이러스가 내부에서 확산할 가능성이 극도로 낮아 방역당국 등과 협의해 생산라인은 정상 가동했다”고 밝혔다. 같은 날 충남 아산의 삼성디스플레이 사업장에도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했다. 생산라인 조정 공사를 맡은 협력업체 직원이 코로나 확진을 받은 것이다. 전날인 21일에는 LG전자 서초 R&D캠퍼스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했다.

◇일요일 점심때 300여명 규모 푸드코트에 손님은 딱 3팀

23일 오후 12시 20분 서울 여의도 쇼핑몰인 IFC몰 지하 1층, 수용 인원 300여명 규모 푸드코드에 기준 손님이 딱 세팀이 있었다.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조치 이후 첫 일요일 풍경이었다. 이날 서울은 기온 27도 화창한 날씨였지만, IFC몰 내부는 한산했다. 이곳 지하 1층 식당가는 휴일 점심시간이면 약 150m 복도 양옆 식당 20곳 입구마다 손님들이 많게는 수십명씩 줄 서서 기다린다. 인기 식당은 최소 30분 대기가 기본이다. 하지만 이날은 달랐다. 어느 식당은 직원이 4명인데, 손님이 아무도 없었다. 어떤 가게는 ‘이달 31일까지 임시 휴점’ 공지를 내걸고 불을 꺼놨다. 한 중식당은 테이블 47개가 있었는데 2개만 손님이 있었다.

대로변 상점도 사정은 마찬가지. 이날 오후 4시 기준 서울 중구 코리아나 호텔에서 가까운 커피점 8곳 가운데 문을 연 곳은 단 1곳이었다. 문을 연 카페를 찾은 손님들은 실내 대신 야외 테이블에 나와 앉았다. 일상 자체가 멈춰선 듯했다.

아예 결혼식을 취소·연기하려는 예비 부부들도 나오고 있다. 서울 서초구 소재 한 호텔에는 이번달 예정돼있던 결혼식 9건 중 6건이 취소됐다. 종로구 L호텔에선 지난주까지 하루 3~4쌍이 결혼식을 치뤘지만, 23일엔 딱 1쌍 뿐이었다.

◇공연·영화관 등이 줄줄이 반토막

코로나 재확산 사태는 주말 극장문에도 빗장을 걸었다. 줄잡아 약 10편의 공연이 중단되거나 조기 종연되는 초유의 사태를 맞은 것이다. 뮤지컬 ‘킹키부츠’(한남동 블루스퀘어) 출연 배우가 코로나 확진자와 밀접 접촉한 것으로 22일 확인되며 ‘악몽’이 시작됐다. 배우는 검사를 받고 자가격리에 들어갔고, 공연의 모든 배우와 스태프에게 자택 대기령이 내려졌다. 21일 개막 뒤 첫 주말인 22~23일 뮤지컬 공연은 전면 중단됐다. 대학로 극장 문도 꽁꽁 얼어붙었다. 이런 상황은 곧장 관객 감소로 이어졌다. 일주일 중 공연 관객이 가장 많은 날은 금요일과 토요일. 예술경영지원센터 공연예술통합전산망에 따르면, 공연 총 매출은 지난 14~15일 21억8179만원에서 21~22일 11억8736만원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현장에서는 “관객 발길이 끊겼다” “취소표가 쏟아진다”고 아우성이다.

코로나 직격탄을 맞았다가 ‘반도’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등 화제작 개봉으로 조금씩 활기를 찾아가던 영화관도 다시 얼어붙고 있다. 8월 9~15일 한 주 동안 284만명이었던 영화관 관객수는 16~22일 한 주간 169만명으로 약 115만명이 줄어들었다. 예전 같으면 연중 극장가 최대 시장인 여름 흥행시즌의 ‘끝물’인 8월 관객수로는 참담한 수준이다. 이런 가운데 CGV 용산아이파크몰점에서는 근무하던 아르바이트생이 코로나 확진을 받으면서 극장 전체가 문을 닫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