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외교정책을 총괄하는 양제츠 중국 공산당 외교 담당 정치국 위원이 부산을 방문해 오늘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회담한다. 시진핑 주석의 방한 문제 등이 논의될 것이라고 한다. 회담 장소가 부산으로 정해지면서 중국 고위 외교관 방한 때 관례처럼 이뤄지던 청와대 예방 등은 없을 것이라고 한다. 부산에서 국제 회의가 열리는 것도 아닌데 외교사절이 공식 방문하면서 굳이 수도를 피해 간 것은 누구나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든다. 중국이 한국 안보실장을 부산으로 불러낸 모양새가 됐다.

그런데도 청와대는 '중국 측 희망'이라고만 하고 제대로 된 설명을 하지 않았다. 무언가 숨기려 한다. 그러니 '시진핑 방한 확답을 할 수 없기 때문에 대통령 예방을 피하려는 것' '수도권 코로나 확산 때문에 서울을 기피한 것' 같은 추측만 나온다. 어느 경우든 상대국을 존중하지 않는 처사다. 또 청와대가 양 위원 관련 일정을 일절 공개하지 않는 것도 거의 전례가 없는 일이다. 정보 수장도 아닌 외교 책임자의 공식 행사를 이렇게까지 철저하게 함구하는 이유는 뭔가.

우리 외교에서는 유독 중국이 연관됐을 때 이해하기 힘든 일이 자주 벌어진다. 2017년 문재인 대통령 방중 때 국빈 만찬이 있었는데도 청와대가 내용을 설명하는 자료나 사진 한 장 배포하지 않다가 문제가 제기되자 뒤늦게 일부 사진을 공개했다. 중 외교부장이 우리 대통령 팔을 툭 치는데도 청와대는 '친근함의 표시'라고 했고, 올 초에는 '중국발 입국을 차단해달라'는 방역 당국 요청에도 청와대는 문을 계속 열었다. 외교가 균형점을 잃고 한쪽으로 쏠리면 상대국의 요구는 늘고 우리가 양보해야 할 일은 많아진다. 이 정권이 김정은 답방이 무산된 후 시진핑 방한에 과도하게 매달리다 보니 이상한 일이 반복되는 것은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