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 환자 A(63)씨는 요즘 예전보다 더 다양한 음식을 많이 먹는데도 혈당 관리가 잘된다. 그 과정과 사정은 이렇다. A씨는 올해 초 서울대병원 내분비내과와 임상영양팀에서 하는 연속혈당측정(CGM) 연구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혈당 센서를 몸에 부착하여 식사와 일상생활에 따른 24시간 혈당 변화를 보는 연구다. 무엇을 어떻게 먹을 때 혈당이 가파르게 오르는지, 반대로 저혈당에 빠지는지를 즉각적으로 파악하여 이에 맞는 식이 조절을 하기 위함이다.

35년 된 당뇨병이 확 좋아져

A씨에게 당뇨병이 찾아온 것은 지난 1985년이다. 나름 관리를 했는데도 최근 3개월 동안의 혈당 관리 성적을 반영하는 당화혈색소(HbA1c) 수치가 7~8%대로 들락거렸다. 안정권은 6.5% 이하다. 성적으로 치면 C 정도다. 식사일지에 적힌 어느 날 그의 식단을 보면, 아침은 인절미와 두유다. 점심은 닭 칼국수. 저녁은 제육 한 접시와 사과, 요구르트를 먹었다. 나름 혈당 줄이겠다며 애써 골라 먹었지만 식후 혈당치가 높았다. 조식에 탕 요리를 자주 먹었고, 당뇨에 좋다는 배즙과 건강식품 ○○가루도 먹었다.

이 상태서 24시간 연속혈당 측정을 해보니 아침에 혈당이 급격히 올랐다. 배즙이나 ○○가루를 먹으면 더 치솟았다. 이에 최근 당화혈색소는 8.4%까지 올랐다. 임상영양팀은 아침 식사량을 줄이면서 야채를 다양하게 섞도록 했다. 소고기 미역국, 미나리 무침, 방울토마토, 우유 한 컵을 권했다. 그러자 혈당이 천천히 안정 범위 내에서 올랐다. 당화혈색소가 6.9%로 떨어졌다. 권미라 임상영양사는 "A씨는 아침에 유난히 혈당이 많이 오르는 것이 파악돼 식단 조정을 했다"며 "배즙과 ○○가루를 자제시켰더니 혈당 관리가 되레 더 잘됐다"고 말했다.

맞춤 식단으로 혈당 관리 시대

설탕 같은 것을 먹어 가파르게 오르면 이를 대사하는 인슐린 수요가 갑자기 늘어나 인슐린을 만드는 췌장이 지친다. 고혈당 상태는 마치 가시 달린 구슬(고혈당)이 혈관 내피를 갉아먹는 것과 같다. 당뇨병 환자에게 다발성 동맥경화가 생기는 근본 이유다. 따라서 식사를 하고 나서 혈당이 정상 범위 내에서 천천히 올랐다가 천천히 내려오는 게 좋다.

24시간 연속 혈당 측정을 해보니 같은 음식을 먹어도 사람마다 시간마다 혈당 올라가는 게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됐다. 서울대병원 연구에서도 혈당 빨리 올리는 탄수화물 밥을 안 먹고 고기 스테이크를 먹은 사람에게서 되레 혈당이 올라가는 경우가 있었다. 그에게 고기 대신 탄수화물과 채소를 섞은 음식을 주니 혈당이 떨어졌다.

서울대병원 내분비내과 조영민 교수는 "사람마다 의외의 일들이 벌어진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24시간 연속 혈당 측정을 당뇨병 진단을 처음 받았거나, 혈당 관리가 유난히 안 되는 경우, 최근 혈당치가 나빠졌을 때 등에서 해보는 게 좋다"고 말했다. 이를 근거로 서울대병원은 당뇨병 식이 지침을 일괄 적용하기보다는 개인 맞춤형으로 바꾸기 시작했다.

이스라엘 연구팀이 7000여 명을 대상으로 24시간 혈당 측정을 한 결과, 일반적인 경향도 눈에 띄었다. 기본적으로 ▲ 탄수화물 함량이 높을수록 ▲음식이 짤수록 ▲나이가 많을수록 ▲뚱뚱할수록 ▲아침에 일어나 늦게 먹을수록 ▲수축기 혈압이 높을수록 식사 후 혈당이 높게 올라갔다. 물론 개인마다 정반대의 현상이 일어나기도 했다.

조영민 교수는 "연속 혈당 측정 기술의 발달로 조만간 당뇨병 전 단계에 있는 사람들도 스마트폰으로 24시간 혈당 변화를 알 수 있게 될 것"이라며 "이를 기반으로 개인별 맞춤 영양과 식이로 혈당 관리가 이뤄지게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