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현충일 추념사에서 봉오동 전투 승리의 주역인 최진동 장군이 "독립 전쟁 첫 번째 대승리를 거뒀다"면서 '국군의 뿌리'로 추켜세웠다. 그런데 보훈처가 최 장군의 '친일 흠결'을 확인하고 지난달 서훈 취소를 행정안전부에 요청했다고 한다. 문 정부의 '친일 몰이'에 맞춰 독립유공자 행적을 다시 들추는 과정에서 최 장군의 '친일'이 드러났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서훈 취소 건을 보류했다. 문 대통령이 직접 칭송한 '항일 영웅'을 '친일파'로 낙인찍는 '불경'을 저지를 수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최 장군이 1920년 봉오동 승리를 이끌었다는 사실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군무도독부란 독립군 부대를 이끌고 홍범도 장군 부대와 연합해 일본군을 격파했다. 넉넉한 재산을 봉오동 일대 독립운동에 바치기도 했다. 그러나 1937년 중일전쟁 이후 '변절'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일제에 거액의 헌금을 내고 일본군 토벌대의 선두에 섰다는 의혹이다. 유족들은 '일제 고문으로 강탈당한 것' '일본군에 협력한 적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이런 논쟁은 한두 건이 아니다. 35년 동안 나라 잃은 백성의 항일과 친일을 어떻게 무 자르듯 구별하겠나.

일제 강점기에 태어나지도 않은 현 집권 세력은 정치적인 돌파구가 필요할 때마다 여기저기 친일파 딱지를 붙인다. 노무현 정부 때도 한 차례 나라를 들쑤신 소동이다. 당시 친일파 청산에 앞장섰던 여당 의원의 부친은 만주국 경찰 특무로 드러났고 여당 대표는 부친이 일본군 헌병 복무 사실이 밝혀져 사퇴했다. 친일 몰이를 하다가 제 발등을 찍은 것이다. 보훈처 조사대로 최 장군이 '친일파'라면 문 대통령은 6·25 전범에 이어 친일파를 국군의 뿌리로 칭송한 것이 된다. 이런 코미디를 언제까지 되풀이할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