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박에 갇힌 9900만년 전 지옥 개미와 복원도(오른쪽). 아래에서 본 모습을 복원한 그림(오른쪽 아래)을 보면 지옥 개미가 턱(갈색)과 머리의 뿔(파란색)로 먹이를 붙잡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노란 호박(琥珀) 속에 곤충 두 마리가 엉켜 있다. 자세히 보니 개미 같은 머리를 가진 곤충이 작은 곤충을 문 형태다. 공룡시대에 살았던 ‘지옥개미’의 사냥 모습이 처음으로 확인되는 순간이다.

미국 뉴저지 공대의 진화생물학자인 필립 바딘 교수 연구진은 지난 6일 국제 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에 “미얀마에서 발굴한 호박에서 9900만년 전 지옥개미가 어린 바퀴벌레를 문 모습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호박은 나무 수지가 굳어 단단해진 보석이다. 개미가 막 바퀴벌레를 무는 순간 나무에서 송진이 떨어져 둘 다 갇힌 채 화석이 된 것이다. 곤충의 사냥 모습이 담긴 호박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하지만 멸종한 지옥개미가 사냥하는 모습이 담긴 호박은 이번에 처음 발견됐다.

◇턱 위로 올려 뿔과 같이 먹이 잡아

지옥개미는 개미과(科) 아래 ‘하이도미르메신(Haidomyrmecine)’ 아과(亞科)에 속한다. 공룡이 돌아다닌 중생대 백악기(1억4600만년에서 6600만년 전)에 살다가 멸종한 개미다. 아과의 이름은 죽음과 지하세계를 관장하는 신인 하데스를 뜻하는 그리스어 ‘하이도스’와 개미를 뜻하는 ‘미르미카’를 합쳐 만들었다.

이름대로 호박 속의 지옥개미는 마치 죽음의 신이 드는 커다란 낫과 같은 턱으로 바퀴벌레를 물고 있다. 오늘날 개미와 차이가 있다면 턱이 좌우로 움직이지 않고 아래위로 물린다는 점이다. 호박 속 개미의 턱은 이마에 나 있는 뿔과 함께 바퀴벌레를 붙잡고 있다.

과학자들은 100년 전에 지옥개미 화석을 처음 발견했다. 이후 지금까지 수직으로 움직이는 턱과 뿔을 가진 지옥개미 16종이 확인됐다. 과학자들은 턱의 모양을 볼 때 뿔과 함께 먹잇감을 붙잡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번에 이 가설이 처음으로 입증된 것이다.

흡혈귀 드라큘라의 모델이 된 블라드 3세 공작의 이름을 붙인 ‘링구아미르멕스 블라디’ 화석.

◇턱으로 먹이 찔러 체액 흡입했을 수도

지옥개미의 악명(惡名)은 죽음의 신이 드는 낫에 그치지 않을지도 모른다. 지옥개미 중에는 바딘 교수가 2017년 흡혈귀 드라큘라의 모델이 된 블라드 3세 공작의 이름을 붙인 ‘링구아미르멕스 블라디’도 있다.

블라드 3세 공작은 15세기 루마니아 남부인 왈라키아를 지배하던 드라큘라 가문 출신이다. 그는 죄인이나 포로를 꼬챙이에 꿰어 죽여 세상을 공포에 떨게 했다. 바딘 교수는 블라드 공작처럼 이 지옥개미도 턱으로 먹잇감을 꿰뚫었다고 추정했다. 이후 먹잇감에서 흘러나오는 혈액을 빨아 먹었다는 것이다. 흡혈귀의 모습 그대로다.

드라큘라 개미는 먹이를 애벌레에게 먼저 먹이고 나중에 애벌레의 몸통에 턱을 찔러 흘러나오는 혈액을 받아 마신다.

실제로 오늘날 마다가스카르에 사는 드라큘라개미는 턱으로 상대를 찌르고 흘러나오는 혈액을 빨아 먹는다. 다만 상대가 자신의 애벌레라는 점이 다르다. 드라큘라개미는 턱이 너무 커서 먹이를 직접 먹기가 어렵다. 대신 먹잇감을 애벌레에게 가져가 먹인다.

공포 영화의 한 장면은 다음에 나온다. 식사가 끝나면 어른 드라큘라개미가 턱으로 애벌레의 몸통을 찌르고 흘러나오는 혈액 성분을 빨아 먹는다. 물론 애벌레가 죽을 정도로 상처를 주지는 않고 필요한 만큼만 영양분을 얻는다. 앞으로 드라큘라개미처럼 턱으로 상대의 몸통을 찌른 지옥개미 화석도 발굴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