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리얼트립 이동건 대표가 지난 5일 서울 강남구 마이리얼트립 사무실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코로나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업체는 단연 여행업이다. 그런데 이 와중에 400억원대 투자를 받은 여행 스타트업이 있다. 여행 플랫폼 기업 마이리얼트립이다. 이 회사 이동건 대표를 최근 만났다. 그는 “투자받은 돈을 활용해 코로나 이후의 여행을 미리 설계해 나가겠다. 또 개발 인력을 더 확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2012년 창업한 마이리얼트립은 현재까지 누적 투자액 824억원을 기록하고 있다. 기업 가치는 2000억원대로 추산된다.

◇예약 1만건→40건 곤두박질 쳤지만….

마이리얼트립은 여행지 현지 투어·항공권을 중개하는 여행 플랫폼이다. 해외여행 붐과 맞물려 거래액이470억원(2017년)→3600억원(2019년)으로 폭발적으로 늘어 왔다. 그러다 코로나로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 1월까지 하루에 1만건 넘게 들어오던 예약이 4월에는 40여건으로 곤두박질쳤다.

이 대표는 스타트업답게, 빠르게 움직였다. 한국 국내 여행으로 무게중심을 바꿨다. “코로나 이전까지만 해도 마이리얼트립 상품의 98%는 해외여행이었습니다. 하지만 보름 만에, 국내 관광상품 2000여개를 파는 국내 여행 플랫폼으로 변신했습니다.” 이전의 프랑스 모네 정원 투어, 가우디 프리미엄 버스 투어 같은 해외여행 상품은 해녀 공연 보며 식사하기, 우쿨렐레와 제주도 방언 노래 배우기 등으로 바뀌었다. 그 결과 예약 건수는 하루 평균 2600건까지 회복됐다. 해외 한인 가이드가 현지에서 여행을 생중계하는 ‘랜선투어’ 프로그램도 ‘완판’됐다.

마이리얼트립 이동건 대표가 5일 서울 강남구 마이리얼트립 사무실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국내 상품으로 재빠른 전환 비결은 ‘개발자’

이 대표가 꼽은 비결은 개발인력이였다. 그는 “다른 여행사도 국내, 제주도가 뜬다는 생각을 다 했을 거다. 하지만 서비스 자체를 확 갈아엎는건 개발자 중심 조직이 아니면 불가능한 일”이라고 했다. 현재 이 회사 직원 140명 중 60명이 개발 인력이다. 마이리얼트립은 이번 투자 금액의 상당수를 개발 인력 채용과 여행 관련 기술 스타트업 투자에 쓸 계획이다.

이 대표는 요새 ‘코로나 이후의 여행’을 설계하는데 골몰하고 있다. 그는 “국내와 근거리 해외여행이 뜨고 소규모 인원이 한 곳에 오래 머무르는 니즈가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주요 관광지 보다는 그 도시의 뒷골목 같은 곳이 뜬다는 것이다.

이번 투자(시리즈D·432억원)는 알토스벤처스의 주도하에 기존 투자사 IMM인베스트먼트,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와 신규 투자사인 산업은행, 액시엄캐피털(싱가포르), 파텍파트너스(프랑스), 테크톤벤처스(미국) 등이 참여했다. 이 대표는 “오히려 국내 투자자보다 해외 투자자들이 더 적극적으로 여행업에 투자하고자 했다”며 “여행 수요는 언젠가는 꼭 돌아올 것인데, 가장 안전하고 빨리 회복할 투자처를 찾다보니 한국이었고 그 중에서도 마이리얼트립이라고 하더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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