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15일 '친일 청산'을 강조한 김원웅 광복회장의 광복절 경축식 기념 축사를 비판하면서 "역사와 보훈의 문제를 처리하는 데서 국가주의와 민족주의 편향을 모두 경계해야 한다"고 했다.

진 전 교수는 이날 "이승만이 국부라고 광복절에 건국절 데모를 하는 국가주의 변태들과, 5·18 광주에서도 불렀던 애국가까지 청산하자고 주장하는 민족주의 변태들의 싸움. 둘 다 청산 대상"이라고 페이스북에 썼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앞서 김원웅 회장은 제75주년 광복절 기념사에서 "이승만은 친일파와 결탁" "안익태는 민족반역자" "대한민국은 민족반역자를 제대로 청산하지 못한 유일한 나라"라고 말해 정치권에서 논란이 일었다.

진 전 교수는 "김원웅씨는 전두환이 만든 민정당 출신이죠. 광주학살의 원흉들에게 부역한 전력이 있는 분이 어떻게 '광복회장'을 할 수가 있나요"라며 "이러니 대한민국 역사가 왜곡이 되는 겁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역사를 바로 세우려면 친일파들은 물론이고 군부독재, 학살정권의 부역자들도 철저히 청산해야 한다"고 했다.

진 전 교수는 "김원웅씨의 도발적 발언은 다분히 정치적"이라며 "지지율이 떨어지니 다시 '토착왜구' 프레이밍을 깔겠다는 의도가 엿보이는데, 역사와 보훈의 문제에 정략적으로 접근하는 그 경박함이야말로 역사 바로 세우기를 위해 제일 먼저 척결해야 할 구태"라고 했다.

그는 "백선엽처럼 친일을 했으나 한국전쟁에서 공을 세운 이들, 김원봉처럼 독립운동을 했으나 북한정권의 출범에 도움을 준 이들처럼, 명과 암의 이중규정을 받는 이들이 다수 존재한다"고 했다. 이어 "이런 애매한 경우에 '보훈'을 어떤 방식으로 해야 하는지는 학계와 시민사회의 논의에 맡기고, 법을 만들더라도 그 합의를 바탕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진 전 교수는 "이런 문제를 의회다수의 힘으로 해결할 경우 정권 바뀔 때마다 파묘를 했다가 안장을 했다가 하는 웃지못할 '해프닝'이 벌어질 것"이라고 했다.